게임 ‘중독’ 공략집?

게임 공략집에서 배운 게임법을 실천해 보고 다시 공략집을 찾아 방법을 탐독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게임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 자료사진

요즘 초등학생들이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게임 공략집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임 공략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최근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초등학생이 주로 하는 어떤 게임의 공략집은 작년에 무려 180만부가 팔려 나가 게임 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게임 공략집이란 말 그대로 게임의 요령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고 레벨을 올릴 수 있는지 자세한 방법과 전략을 소개하며 생생한 사례와 만화, 그림 등으로 꾸며져 있다. 가격은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다.

게임 공략집은 혼자 힘으로 게임을 이기기 어려울 때 도움을 얻거나 더 쉽게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찾아서 탐독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이 보편화되면서 게임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져서 이제는 공략집 없이는 게임에서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도 게임 공략집의 인기에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 공략집은 게이머의 시행착오를 줄여 주고 게임의 중간 레벨 수준까지 비교적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게이머가 그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게임 공략집은 게임을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나 잠깐 재미를 얻기 위해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대상으로 만든다. 특히 청소년들이 공략집에서 읽고 배운 게임 내용을 직접 실천해 보고 다시 공략집을 찾아 방법을 탐독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게임에 더욱 심취하게 되어 결국 게임 중독을 유발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이 공략집에 소개된 아이디나 말풍선 등 각종 장식과 아이템에 현혹되어 충동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템 판매를 높이기 위한 게임 업체의 상업적인 전략이 청소년들의 과소비와 사이버머니를 모으기 위한 탈선 행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게임 공략집은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한정돼 있다. 언론매체가 온라인 게임만을 지나치게 부각해 보도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들이 다양하고 질 높은 게임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든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사 달라고 하는 책이 어떤 책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게임 공략집을 사 주더라도 게임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꾸준히 지켜보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청소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게임 공략집을 보는 이유와 장·단점, 영향, 좋은 게임의 선정 기준 등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게임을 접해 보면서 좋은 게임을 선택해 이용하고, 스스로 적당히 시간을 조절해 가며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김수진/시흥 하중초등학교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