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하얗게 피었네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도 반 아이들하고 현관 앞 목련을 관찰하기로 했다. 볕이 가장 잘 드는 동쪽 꽃밭에 있는 목련을 골랐다. 이 나무는 꽃밭에 있는 목련 예닐곱 그루 가운데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있다. 목련 관찰을 처음 시작한 날, 아이들은 목련나무 둘레에 서서 몽우리가 몇 개쯤 되는지 세어 보거나 몽우리 빛깔과 모양 따위를 살피면서 글을 썼다. 이어 백 개가 넘는 꽃 몽우리 가운데 더 관심을 두고 볼 자기 몽우리를 골랐다. 나도 아이들처럼 내 꽃 몽우리를 골랐다. “이제 아침에 학교에 오면 목련부터 보기다! 나무 전체를 살피면서 자기 몽우리가 달라지는 것을 꼼꼼하게 보는 거야. 그리고 달라지는 게 있을 때마다 관찰일기를 쓰자!” 아이들에게 말한 약속은 나도 지켰다. 아침마다 교문에 들어서면 멀리서 목화솜같이 부풀어 오르는 목련 꽃 몽우리를 보면서 현관으로 갔다. 같은 나무에 매달린 몽우리들이지만 피는 모양이 제각각이다. 내가 고른 목련은 햇빛을 잘 받아서 그런지 연두빛 털북숭이 겨울 옷을 빨리 벗고 하얀 꽃 몽우리를 내밀었다. 하지만 더디게 나오는 몽우리도 많았다. 아침에 교실에 오면 걱정스럽게 자기 몽우리는 그만 땅에 떨어졌다는 이야기, 좀처럼 나올 생각을 안 한다는 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목련이 피기를 기다렸다. 목련꽃 목련꽃이 껍질을 가르고 나오네.
하얀꽃, 목련이 껍질을 이기고 나오네. 껍질을 이긴 목련은 하얀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네. (전성혁/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시 쓰기를 처음 한 날 성혁이가 쓴 시다. 시를 읽으면 꽃 몽우리가 껍질을 가르고 나오기를 바라는 성혁이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성혁이의 마음을 잘 알게 해 주는 시어는 첫째 줄의 ‘가르고’와 둘째 줄의 ‘이기고’이다. 둘째 줄의 ‘이기고’는 첫째 줄의 ‘가르고’보다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성혁이의 이런 표현은 내내 목련이 껍질을 가르고 나오기를 기다린 데서 나온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 잠시 목련을 보았다면 이런 표현은 나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목련이 피기를 기다리는 성혁이 마음과 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껍질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목련이 하나가 되어 아름답다. 봄이지만 아침에는 여전히 쌀쌀하다. 그래서 목련은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점심시간에 슬그머니 모습을 바꾼다. 내가 그런 말을 해서 그랬는지, 아이들도 스스로 느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점심시간에도 목련을 둘러보는 아이들이 있다. 목련 몽오리 점심시간에 목련 봉오리를 봤다. 몽오리 틈새가 어제보다 더 벌어졌다. 어서어서 하얗게 피었으면 좋겠다. (이종현/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목련을 관찰하다 보니 피는 때가 저마다 다른 꽃 몽우리들이 아이들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도 목련처럼 껍질을 이기고 나와 당당하고 환하게 필 것이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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