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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생들이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있다.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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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나들이
1. 박물관과 친구하기
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좋아할 수 있을까? 박물관은 왠지 낯설다. 그리고 유물들은 더욱 어렵다. 모처럼 용기를 내어 찾아가지만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참 사귀기 어려운 친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래된 옷을 입고 우두커니 서 있으니 서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박물관의 유물들은 찾아가는 이를 무뚝뚝한 표정으로 맞이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속 깊고 매력 있는 친구다. 그 속을 어떻게 알고 좋아할 수 있을까? 우선 새 친구들을 사귀듯이 이름을 한 자 한 자 읽어 나가며 찬찬히 유물들을 들여다보자. 내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길 것이다. 그 친구를 마음을 열고 사귀어 보자.
친구를 처음 사귈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자주 만나 이야기하지 않던가. 박물관을 문턱이 닳도록 자주 찾아 유물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넌 어디서 왔니?” 하며 유물의 출처를, “네 이름은 뭐니?” 하며 유물의 이름을, “너는 몇 살이니?” 하며 유물의 연대를 물어 보자. 또 “네가 가장 잘 하는 건 뭔데?” 하며 유물의 특징을, “넌 그동안 뭐 하면서 지냈니?” 하며 유물의 역사를, “네 가족들은?”으로 유물의 계통을, “넌 무엇 때문에 박물관에 뽑혀 와 있는 거니?” 하고 물으면 유물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난, 널 보는 순간 무엇을 느꼈는지 알아” 하면서 내 느낌을 말하고, “넌 내가 아는 누구랑 꼭 닮았어” 하면서 유물을 비교하며, “네 별명을 지어 줄게” 하면서 특별한 애칭을 지어 줄 수 있다.
박물관은 무엇하는 곳일까? 인간 환경의 물질적인 증거를 수집·보존·연구해 전시라는 행위를 통해 사회의 발전에 봉사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연구와 교육, 과학에 이바지하는 비영리적이고 항구적인 시설이라고 국제박물관회의는 정의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연구와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아이는 부모들이 어떤 물건을 찾는 것을 볼 때에는 자기도 그 물건을 찾으며, 그것을 찾았을 때는 어머니가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고 미국 교육학자 존 듀이는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부모가 박물관을 자주 찾는다면 아이도 박물관을 친근하게 느낄 것이고 부모가 관람하는 태도에 따라 아이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박물관의 전시 방법과 교육 방법이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 박물관이 관람자의 눈과 귀에 재미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시간적, 공간적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박물관에서 아이와 함께 지식정보화 사회의 평생학습을 시작해 보자.
박물관은 죽어 있는 곳이 결코 아니다. 유물들은 말하지 않으나, 나눌 수 있는 사람과는 만나면 말을 건넨다. 그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유물들은 우리에게 정감 어린 시선을 보여 줄 것이다. <박물관은 지겨워>(비룡소) 한 권쯤은 읽고 박물관으로 즐거움을 찾으러 가자. 오명숙/박물관이야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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