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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초등학생들이 ‘용돈과 신용’을 주제로 지난해 부천시 상동종합사회복지에서 열린 청소년 금융교육에 참가해 강사의 설명에 따라 모둠별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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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용돈 교육 서두르세요
경기 부천에 사는 박은실(36)씨는 얼마 전 할인매장에서 둘째아이가 장난감을 사 주지 않는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큰소리로 우는 통에 난처했다. 박씨는 “아이를 때릴 수도 없고, 사 주자니 버릇이 나빠질 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피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했다.
이처럼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장난감 매장 앞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사 달라고 억지를 쓰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수많은 광고와 연예인 등의 영향으로 즉흥적인 구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갖고 싶은 물건과 꼭 필요한 물건을 가려서 주어진 용돈의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용돈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독교청년회(YMCA) 신용사회운동 서영경 팀장은 “아이들에겐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을 구별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탐 나는 물건을 무조건 사 달라고 떼를 쓰게 된다”며 “부모의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젊은층 신용불량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어려서부터 합리적 소비를 하도록 교육받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여럿 있다. 일찍부터 체계적이고 건강한 경제 마인드를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때 교육 시작
초등학교때 본격적으로
사 달라며 떼 쓴다고
매번 요구 들어주면 안돼
용돈기입장 꼭 적어
씀씀이 알게해줘야
어릴때 돈 개념 바로서야
커서도 합리적 소비 가능
용돈 교육은 유치원 시기에 시작해, 천천히 단계를 밟아 책임감도 강해지고 학용품 등 용돈 쓸 데가 생기는 초등 1학년 즈음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경제신문〉의 박원배 사장은 “아이마다 인지능력이나 행동발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언제 용돈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대략 6~7살부터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엄마, 나 돈 주세요’라고 돈을 달라는 표현을 하고, 돈을 어딘가에 챙기기 시작하면 용돈을 주기 시작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원광대 김정훈 교수(소비자아동학)는 아이가 숫자 개념을 알기 시작할 때 용돈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돈 주는 주기는 아이의 나이에 따라 늘려 줄 필요가 있다. 취학 전 아이라면 하루 단위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일주일 단위로 주는 것이 좋다. 중학생 때는 한달 단위로 용돈 주는 간격을 늘려도 된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용돈 씀씀이를 파악하도록 부모가 이끌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용돈기입장을 꼭 쓰게 할 필요가 있다. 용돈기입장을 씀으로써 아이는 자신의 돈에 대한 책임감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용돈기입장을 쓰는 시기는 초등학교 3~4학년쯤부터가 무난하다.
용돈기입장에 바탕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절약처방전’을 쓰는 것도 시도할 만하다. 아이가 용돈을 쓰고 나서 후회한 경우들을 순서대로 적어 그 목록을 정리한 다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두거나 지갑에 넣어 갖고 다니게 하면 용돈 쓸 때 조심하게 된다. 부모가 가계부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좋겠다.
용돈 액수와 지급 시기, 용도, 초과지출에 대한 규칙은 아이와 대화를 통해 미리 정해 두자.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허정민 강사는 “아이가 스스로 용돈 관리를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므로, 점진적으로 자율성을 늘려 주는 대신 책임을 강조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아이가 더 달라고 해서 용돈을 주거나, 성적이 오른 것 등에 대한 대가성으로 용돈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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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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