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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 오다 인공 생명유지장치 제거 여부로 미국을 들끓게 한 테리 시아보가 지난 3월31일 급식 튜브를 제거한 지 13일 만에 숨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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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앞서 안락사 개념 정의 명확히…부작용 짚어야 안락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시1 저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생명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생명도 삶의 한 부분일 뿐이며, 삶의 질이 생명 연장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해야 합니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조건을 엄격히 명시하고 그에 합당한 경우에만 허용하면 부작용도 적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는 질병을 가진 환자나 생명 보조 장치에 의존해서 사는 경우 등 엄격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인간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므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인간들의 삶의 질은 죽음보다도 못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인간은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시2 저는 안락사는 명백한 의미에서 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 고통 받는 환자에 대한 사랑이 동기가 된 행동이라 할지라도 의사의 행동 자체는 명백한 살인 행위인데 이를 허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처럼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비이성적인 자기 파괴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법적으로 보호해 준다는 것은 법의 근본 정신까지도 망각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를 죽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안락사의 오·남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한 이런 일이 행해지도록 법적인 안전망을 만들어 줘서는 안됩니다. 생명은 인간의 선택에 맡길 수 없는 절대성을 가진 권리로 봐야 합니다. 도움말 생명의 본질과 삶의 질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가?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 인간의 생명은 자신의 소유인가, 아닌가? 자연의 섭리 또는 신의 섭리에 따른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안락사 논쟁의 핵심은 바로 죽을 권리, 또는 죽일 권리를 인정하느냐이다. 안락사란 죽음에 임박해 참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의 고통을 없애거나 경감할 목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임의적 조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그리고 자발적 안락사와 비자발적 안락사로 구분한다.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모르핀 같은 약물을 투여해 죽도록 유도하는 것을 능동적 안락사라고 한다면,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에게 필요한 어떤 의학적 조처를 하지 않거나 인위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함으로써 자연의 경과에 따라 죽도록 하는 것을 수동적 안락사라고 한다. 시아보의 죽음은 바로 이런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그리고 환자 스스로가 안락사를 원해 요청한 경우를 자발적 안락사, 환자의 의사 표현이 없었던 경우를 무자발적 안락사라고 한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두 종류인데, 소극적 안락사와 자발적 안락사이다. 물론 두 경우 다 소생 불가능이라는 의사의 판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환자 자신이 원할 경우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살을 법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특히 자발적 안락사의 경우 의사의 도움 아래 행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적극적 안락사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예시1은 찬성론을, 예시2는 반대론을 펴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안락사는 매우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그 찬반에 앞서 먼저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해 주고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발적 안락사에 관해 반대론을 펴는 사람들은 “자살과 다를 바 없다. 사회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참는 것에는 성숙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 육체적 고통을 겪는 이에게는 참지 말고 죽어도 된다고 한다면-곧 안락사를 허용한다면-이것은 모순이며 극히 주관적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반면, 자발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처절하게 목숨을 연명하느니 ‘품위 있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 인간의 삶은 생명 유지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아무 때나 죽겠다는 것도 아니고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죽음의 방법을 택하도록 하는 것인데 어떻게 그것이 자살과 같은가? 곧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의 육체적 고통은 일반인의 정신적 고통과 비교할 수 없다. 죽음이라는 전제 조건이 없지 않은가?”라고 주장한다. 나혜영/예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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