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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7 16:29 수정 : 2005.04.17 16:29

선수의 체급과 종목, 기술의 제약 없이 치고 받는 이종격투기는 아이들에게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강자의 논리를 강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민속씨름 선수였던 최홍만 선수가 이종격투기인 케이원(K-1)에 진출하면서 격투기 열풍이 더욱 거세졌다. 경기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널리 유포되는 등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격투기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이종격투기 자체와 이를 중계방송하는 문제 등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옹호하는 쪽에서는 이종격투기가 스포츠이며,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과 수양 과정을 부각하기도 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민속씨름과 같은 민족혼이 일본의 자본력에 무릎을 꿇었다는 시각도 있고, 폭력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종격투기는 여느 스포츠와 달리 누가 강자인지를 따지는 ‘싸움’의 원형에 가깝다. 케이원, 프라이드 에프시(Pride FC), 유에프시(UFC)가 대표적인데, 가장 인기 있는 경기는 사무라이 정신이 넘치는 일본의 케이원과 프라이드 에프시이고, 특히 케이원의 인기가 높다. 케이원에선 서서 싸우기 때문에, 누워서 꺾고 뒤엉키면서 승부가 나는 프라이드 에프시에 비해 싸우는 모습이 분명하고 보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짧고 빠르게 승부가 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종격투기는 매력적이다. 시뮬레이션 폭력은 이종격투기를 통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종목이나 기술의 제약 없이 치고 받는 야성적인 몸짓에 환호하게 된다.

각종 무술을 익혀 자신을 지키고 자신감을 키우는 과정은 정신 수양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종격투기라 해도 생활체육으로 보급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기를 보게 되면 단순한 싸움 측면보다는 공격과 방어의 기술과 전략을 평가하며 세밀한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문제는 관객들이 그런 측면에서 관전할 것인지, 주최 쪽의 의도가 다른 데 있지는 않은지 여부다. 안전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폭력은 너무나 생생하다. 케이원 같은 입식타격기에서 2m가 훌쩍 넘는 거구와 현저하게 체격 차가 나는 선수의 대결이 정당한가? 강자의 논리를 보여 줄 뿐이다.

청소년기에는 누가 더 센지 서열을 가르는 경험을 하기 쉽다. 최강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도 한다. 앞으로 이종격투기는 여러 채널을 통해 중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소년이 이런 영상을 즐길 때,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으로 폭력을 방영하고 즐기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즐거운 생활이 될까? 폭력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왜 강한 자의 힘에 환호하는지 따져 보고, 쓰러진 자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돌아 보게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와 게임이 상업성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가학적인 폭력을 보고 즐기며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옥성일/서울 용산고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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