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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하루 종일 교실에서 보내야 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의 지루함을 달래려고 교사 몰래 과자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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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새 학년 새 학기, 겨울 내내 늘어졌던 몸을 추스르며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5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 50분이란 시간은 짧으면 짧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마음껏 뛰놀고 싶은 나이의 혈기 왕성한 청소년들에게는 온몸이 근질거려 버티기 힘든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그렇다면 수업시간은 지겹기만 할까? 아니올시다! 어떻게든 수업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학생들은 갖가지 ‘가상한 노력’들을 한다.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풍긴다. 교탁 쪽에서 학생들의 앞모습만 바라보며 수업하시는 선생님께서는, 지금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뒷자리에서 보면 ‘다~’ 보인다. 어떤 한 학생이 젤리와 사탕을 서랍 속에 넣어 놓고 몰래몰래 야금야금 먹고 있다. 광주 상무고 박혜진(18·고3)양은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다는 나이인 우리는 언제나 배고 고프다”며 “몰래 먹는 떡이 더 맛있는 것처럼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먹는 사탕이야말로 달콤함의 절정”이라고 사탕 예찬론을 펼쳤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수업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작은 사탕이나, 젤리를 먹는 것은 거의 일상화(?)가 된 듯 싶다. 수업시간에는 또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창가 쪽 구석진 자리에 앉은 한 학생의 눈빛이 수상하다. 마치 무엇인가 죄를 지은 듯 자꾸 두리번거린다. 다른 과목 숙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소래(18·고3)양은 “학교 숙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밀릴 때가 있다”며 “수업시간에 교과서 보는 척하면서 몰래 숙제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조양은 “영어 단어시험을 보는 날이면 수업시간에 외울 때도 있다”고 순순히 죄(?)를 털어놨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친구들의 숙제를 몰래 베끼거나, 공책 정리를 하는 용기와 배짱을 두둑히 지닌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다. 수업시간에 몰래 먹고, 몰래 숙제를 했던 친구들은 임무를 완수하면 어느덧 기운이 빠져 지쳐 간다. 그리고 수업이 절정에 이를 무렵, 학생들은 하나 둘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스르르 밀려오는 잠을 피하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기도 하고, 고개를 뒤로 젖혀 보거나 좌우로 흔드는 친구들도 있다. 이런 현상은 점심시간 뒤 바로 시작되는 5교시에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박소영(18·고3)양은 “난방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은 수면제 같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자장가 같다”며 5교시의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우연지(18·고3)양도 “잠들지 않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 된다”며 선생님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했다. 어떤 학생들은 비몽사몽 중에도 노트 필기를 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은 이를 ‘몽필체’라고 부른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몰래 편지를 쓰거나, 짝꿍과 잡담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있어서 학생들의 수업시간은 지겹지 않다. 그러나 이 친구들 모두 수업시간에는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무엇이 더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사탕을 먹거나, 숙제를 하거나, 조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하루 종일 학교에서 살아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교실에서의 작은 일탈’이 있어서 학교 생활의 묘미도 느끼고, 3년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는 게 아닐까? 6s글·사진 김혜린/1318리포터, 광주 상무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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