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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7 18:47 수정 : 2005.04.17 18:47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아이들 감기를 몰고 다니던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많은 집과 낙산사까지 태워 버린 관동지방 불바람도 지나간 뒤를 따라 새 봄이 오고 있다. 하얀 자두꽃 앞에 한 무더기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 재잘거린다. 들마다 쑥이 쑥쑥 자라고, 산마다 연둣빛 잎싹이 나뭇가지들을 한껏 기쁨에 겨워 춤추게 한다. 온갖 생명이 살아나는 때다. 이렇듯 봄이면 온갖 생명이 땅에서 피어나야 하는 자연의 법칙을 가장 크게 거스르는 곳이 도시다. 사람이 살기 편하게 만든다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땅을 다 덮어 버렸다. 생명이 숨쉬고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도시 속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나무들, 풀들, 작은 벌레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도블록 틈 사이를 따라가며 고개를 내미는 달맞이꽃과 망초, 콘크리트 담장 아래 마른 이파리 사이로 소복소복 돋아나는 돌나물, 그 옆에 내려앉은 네발나비, 가로수 밑둥에 모여 사는 꽃다지와 개불알풀, 제비꽃, 별꽃…. 올 봄 꽃소식이 늦다지만 필 꽃은 다 피어나고, 꽃잔치에 설렌 무당벌레들이 부산스럽게 맴돌아 다닌다. 담장 따라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꽃 밑으로 밀려 가는 유모차에서 노란 모자를 쓴 아기가 콜콜 자고 있고, 그 뒤에 할머니가 무언가를 들고 무심히 따라간다. 포장마차 한쪽에서는 노란 웃옷을 입은 가난한 엄마와 남매가 앉아서 무언가를 다정하게 먹고 있다. 이처럼 도심에서 살아가는 작은 동식물과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를 세밀화로 담아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점점 더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이 보인다. 점점 더 살아 있다는 기쁨이 커진다. 인간의 닫힌 마음과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매연과 공해까지도 그들을 몽땅 몰아내지 못했다. 도심 곳곳의 틈새를 열어젖히고 살아가는 그 억센 생명력을 보면 자연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마치 사람들을 향해 끊임없이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속삭이는 자연의 전령 같다. 아파트에 갇혀 사는 아이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문 바깥으로 나가다 시멘트 틈새로 고개를 내밀고 웃는 작은 풀 한 포기를 볼 수 있게 되면, 무심하게 발로 밟고 지나지 말고 같이 웃어 주며 한 걸음 피해 가는 마음을 갖게 되면 좋겠다. 6s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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