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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교내 순찰차인 ‘캠퍼스 폴리스’가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대학본부 앞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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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철문, 전자열쇠, 비상벨, 순찰차. 산업 스파이를 막기 위한 기업 보안시스템이 아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각종 도난 사고가 늘어나면서 도입된 방범 기구들이다. 각 대학 도서관에는 인권침해 논란에도 도난 방지를 위한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는 이미 2000년부터 설치를 시작했다. 지금은 도서관에만 32대의 카메라가 ‘감시의 렌즈’를 번뜩이고 있다. 한양대, 동국대, 부산대, 경성대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역시 지난주 학생 설문을 거쳐 중앙도서관에 카메라를 달기로 결정했다. ‘누구든지 가입 환영’을 표방하며 활짝 열려 있던 동아리방들도 속속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음악·컴퓨터 동아리 등 고가의 장비들이 있는 동아리 방문은 어김없이 나무문에서 철문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대학가에 절도가 늘어난 데에는 세태의 변화로 엠피3 기기나 휴대전화, 노트북 등 ‘집어가기 쉬운’ 고가의 소형 전자제품들이 학생들의 필수품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이 캠퍼스 전체에 방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양대는 3월부터 교내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차를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 폴리스’라는 이름이 붙은 순찰차는 경찰차처럼 경광등까지 달고 24시간 교내를 돌아다닌다. 한양대 관계자는 “일단 눈에 띄기 때문에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도 머잖아 이를 도입하기로 하고 차량 선정과 이름 공모에 들어갔다. 사설경비업체 에스원 관계자는 “전국 300여개 대학 가운데 고려대, 충북대, 숭실대, 숙명여대 등 30여개 대학이 연구·실습실 등 주요 시설을 포함한 캠퍼스 전체에 통합 방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기본적인 무인 방범 시스템을 도입한 학교도 전체의 60% 가량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촘촘한 방범 그물이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박사 과정의 한 대학원생(36)은 “과거에는 동아리방에 있던 노래책이나 기타 등을 ‘빌려 가서’ 안 돌려주는 ‘귀여운’ 도둑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며 “대학의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한 단면으로도 읽힌다”고 아쉬워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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