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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 업체에서 작성한 인터넷 종량제 관련 문서가 보도되면서 인터넷 요금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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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인터넷 사용 요금 제도를 놓고 네티즌들과 인터넷 통신 업체들 사이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정한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현재의 정액제와는 달리, 종량제는 사용한 자료 전송량이나 시간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정액제를 지지하며 업체들이 제안하는 종량제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아이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우선 현행 정액제의 장단점을 함께 찾아 보도록 하자. 정액제는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마음 놓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량이 큰 동영상 파일이나 음악 파일, 인터넷 게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돈의 많고 적음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자본으로 인한 정보의 불평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게임이나 채팅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 활동에 필요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기 쉽고 그만큼 중독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용량이 큰 파일을 내려받아도 부담이 없기 때문에 불법적인 파일 공유나 교환이 쉽게 일어날 수 있고, 이 때문에 음란물이 더욱 쉽게 유통되는 경향도 있다. 인터넷 사용을 아주 적게 한 사람도 약속한 정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많이 쓴 사람의 비용까지 감당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음으로는 종량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종량제는 내가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사용을 자제할 것이기 때문에 게임 중독이나 음란물 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사용자가 줄어드는 만큼 인터넷 사용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이미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을 기반으로 마련된 인터넷 문화에서 종량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텍스트 중심의 문화로 바뀌기는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종량제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안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인터넷 통신의 기술적인 부분과 기업의 상업적 이해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와 관련된 세세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인터넷 공간과 그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터넷은 정부와 기업, 네티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각 주체들이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박주현/서울 삼육초등학교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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