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진화’ 가 남긴 수수께끼

주인공 알렉스는 생선 요리를 먹고 얼굴이 심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런 과민성 알레르기 증상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잘못 작동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Mr. 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2005년, 감독 앤디 테넌트, 출연 윌 스미스, 케빈 제임스, 에바 멘데스

<나쁜 녀석들>이나 <아이, 로봇> 같은 액션 영화와 에스에프(SF)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윌 스미스가 뉴욕의 전설적인 연애 코치로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히치 알렉스(윌 스미스)는 사랑에 빠지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그 꿈을 이루어 주는 연애 박사다. 이런 그에게 누가 봐도 매력 없어 보이는 알버트(케빈 제임스)가 뉴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매력적인 여인 알레그라와 사랑을 이루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히치는 두 사람을 맺어 주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이것을 가십 전문 기자인 사라(에바 멘데스)가 기사로 다루려고 한다. 사라는 이 때문에 히치를 편집장의 요리 모임에 초대하는데, 여기서 히치는 생선을 먹고 얼굴이 온통 붉게 부어오른다.

히치에게 나타난 이런 과민성 알레르기 증상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과민증)’라고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증상의 일종으로 알레르기는 우리의 면역 체계가 잘못 작동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면역 체계는 병원균과 같이 해로운 미생물이 몸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 몸을 방어하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 하지만 이런 면역체계가 몸에 해롭지 않은 물질인 알레르겐에 대해 반응을 보이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봄철에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꽃가루나 먼지벌레의 배설물, 음식물 등 주변의 많은 물질이 알레르겐이 될 수 있다. 음식물 중에는 히치가 먹은 생선뿐 아니라 우유나 달걀, 닭고기와 돼지고기, 견과류 등이 흔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우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햄스터에 물려 햄스터 침에 의한 알레르기로 숨진 일도 있었다.

어른은 1% 가량, 아이들은 8% 가량이 식품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는데, 아이들이 알레르기가 더 많은 이유는 성장하면서 알레르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알레르겐에 해당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몇 분 안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 등의 증세를 보이거나 히치와 같이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는 혈관신경성 부종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심하면 쇼크나 질식으로 숨지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에는 ‘면역 글로불린E(IgE)’라고 하는 항체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항체는 비만세포로부터 히스타민이라고 하는 알레르기 매개 물질 분비를 촉진시킨다.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의 이런 역할을 억제하는 약이다.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나자 히치가 황급히 찾은 베나드릴도 가장 널리 알려진 항히스타민제다.

아직까지는 알레르기 반응이 왜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 글로불린E가 알레르기만 일으킬 뿐 우리 몸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면역 글로불린E가 기생충에 대항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아직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어떤 과학자는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여하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체조차 나름의 구실을 할 만큼 우리 몸의 어떤 것도 그냥 대충대충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