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4 19:38
수정 : 2005.04.24 19:38
신들의 세계는 세상을 창조하고 우주의 각 영역을 지배하는 큰 신들의 세계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작은 신들의 세계로 나눠 볼 수 있다. 큰 신들의 세계에는 앞에서 얘기했던 황제, 염제, 복희, 소호, 전욱 등 중앙과 사방의 신들, 그리고 여와, 서왕모 등의 저명한 여신들이 있다. 이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작은 신들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원시 인류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그들을 둘러싼 자연환경이었다. 자연환경 중에서도 햇빛, 비, 바람, 구름 등의 기상 현상은 원시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고 여기에서 해, 달, 별 등 천체에 대한 신화가 생겨났다.
동양신화에서 태양신은 여신 희화이다. 희화는 동방 민족의 천제인 제준(帝俊)의 아내였는데 그녀는 제준과의 사이에서 10개의 태양 아들을 낳았다. 이들 열 개의 태양은 동방 끝의 계곡 양곡의 뜨거운 물에서 몸을 씻고 이곳에서 자라는 부상이라는 거대한 뽕나무에서 매일 아침 교대로 출발하고 도착하였다. 즉 뽕나무 윗가지에서 한 개의 태양이 출발하면 아래 가지에서 아홉 개의 태양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뽕나무를 떠난 태양은 하늘을 한 바퀴 돌아 황혼 무렵에 서쪽 끝 우연(虞淵)이라는 연못과 몽곡(蒙谷)이라는 계곡을 거쳐 다시 양곡의 뽕나무로 되돌아 왔다. 고대 동양인들은 해가 하루 동안 이렇게 운행한다고 상상했던 것이다.
태양신에 이어 달의 신에 대해 살펴보자. 달의 신은 제준의 또 다른 아내인 상희(常羲)라는 여신이다. 이 여신이 제준과의 사이에서 12개의 달 딸을 낳았던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오지 않는다. 아마 그녀들은 말썽부리지 않고 밤을 비추는 달의 임무를 잘 수행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달과 관련된 중요한 여신이 또 하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다름 아닌 예의 아내 항아이다. 남편 예의 불사약을 훔쳐 먹고 하늘로 올라가려다 몸이 두꺼비로 변하여 달로 도망가 살게 된 불행한 여인 항아 말이다. 그러나 일설에 의하면 항아는 두꺼비 따위는 되지 않았고 어여쁜 모습으로 달에 가서 당당히 살고 있다고도 하였다. 그렇다 해도 달은 쓸쓸한 곳이었다. 무심한 계수나무 옆에서 철모르는 옥토끼가 약을 찧고 있을 뿐 말 붙일 상대도, 오락 거리도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항아는 공연히 달에 왔다 싶어 후회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는 10개의 태양과 12개의 달의 신화에서 이들이 고대 동양의 역법(曆法)을 잘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열흘을 한 단위로 한 ‘순(旬)’, 열두 달로 이루어진 1년의 개념이 신화에서 이처럼 말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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