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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합반인 청주 상당고 3학년 1반 학생들이 같이 어울려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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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십칠세부동학(男女十七歲不同學)! 예로부터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있다. 남자와 여자는 일곱 살이면 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이 말이 과연 현재에도 통용될 수 있을까? 이제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보다는 ‘남녀십칠세부동학’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듯하다. 청주 시내에서는 남녀 합반인 학교를 찾아보기 힘들다. 청주 시내에서 거의 유일한 남녀 합반으로, 시내 남고와 여고의 질투 어린 부러움을 받는 학교가 있다. 바로 청주 상당고등학교이다. 그런데 이런 질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상당고가 이번 신입생부터 남녀가 각 반에서 수업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면서 학교 내에서 남녀 합반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남녀 합반인 학생들은 다른 남고나 여고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체육시간이 가장 큰 불편거리다. 3학년 남지원(18)양은 “체육시간만 되면 여자로서 숨기고 싶은 부분이 노출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학습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학년 김유리(17)양은 “남녀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신경을 많이 써서 오히려 학업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편함을 토로하면서도 대체로 내심 남녀 합반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는 눈치이다. 합반을 하면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 가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남학교나 여학교에는 경험할 수 없는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학년 민혜영(17)양은 “합반인 경우 이성 간에 어색함 없이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새로 들어온 후배들은 이성 간에 상당히 어색해 한다”며 “그런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어색해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녀 각반으로 돼 있는 1학년 김설아(16)양은 “남녀를 갈라놓으니깐 오히려 이성 간에 더 궁금점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어차피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데, 서로에 대해 개방해 남녀 간의 이해 폭을 넓힐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어를 가르치는 박기려 교사는 “남녀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따로 떨어져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남녀 공학이라는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며 “과거의 남고, 여고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남고, 여고 학생들이 남녀 공학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남녀가 서로 자연스럽게 지내는 모습이라고 한다. 진정한 자연스러운 모습은 남녀라는 선을 구분짓기보다는 남녀가 서로를 하나의 인격체로 이해하고 어울릴 때 가능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남녀 합반이라는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학창 시절, 남학생, 여학생이 서로 잘 어울려 같이 공부하며 지내다 보면 나중에 더 포용적이고 이해의 아량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글·사진 김다영/1318리포터, 청주 상당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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