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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떼자마자 마라톤? |
6살난 아이 수학 학습지 샀는데 싫어해요
우리 아이는 이제 여섯 살이 되었는데요. 책은 비교적 좋아해서 읽어 주면 잘 듣고 혼자 보기도 합니다. 한글은 조금씩 알아 가는 중인데 얼마 전 수학 학습지를 처음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잘 하더니 단계가 올라가면서 조금 어려우면 하지 않으려 합니다.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럴 땐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이런 우리 아이에게 알맞은 책은 없을까요?
아이는 이제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발 한발 떼어놓다가 차츰 걸음을 걷고 그 다음에는 달리기도 하게 되겠지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이제 한글을 알아 가는 중이라고 하셨네요. 그러니까 지금은 단어를 하나씩 배우고 쉬운 문장을 배워야 합니다.
그 다음에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림책을 스스로 읽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여섯 살 된 아이에게 수학 학습지를 하라는 건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에게 마라톤을 하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이 처지에서는 수학이 이해되지 않고 그러니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합니다. 여섯 살 된 아이는 어른들이 읽어 주는 그림책을 들으면서 그림을 읽고, 글을 읽고, 상상을 하면서 즐기는 때입니다. 과학 같은 지식교육보다 정서교육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책을 억지로 보면 책이라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쌓여서 이후에 책 읽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세요.
할머니 부탁을 받고 이야기 한 자락을 팔러 나간 할아버지가 우여곡절 끝에 사 가지고 온 이야기 한 자락으로 집에 든 도둑을 쫓아내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그림책 <훨훨 간다>(권정생/국민서관)는 어린 아이처럼 순박하고 천진한 할머니·할아버지와 리듬 있는 말이 아이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돌쇠에게 실컷 일을 시키고도 새경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못된 김 부자를 통쾌하게 혼내는 그림동화 <똥벼락>(김회경/사계절)은 글맛과 말맛을 잘 살려 낸 옛 이야기 그림책입니다. 이 밖에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김향금/보림), <오소리네 꽃밭>(권정생/길벗어린이)도 아이에게 수학 문제를 푸느라 힘든 마음을 위로해 줄 것입니다.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weul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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