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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6 18:39 수정 : 2005.04.26 18:39



‘비정년 전임교수’올해 신규임용의 15%

김아무개(42)씨는 지난달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전임교수가 됐다. 시간강사 생활 1년반 만이어서 운이 좋은 셈이었다. ‘교수’ 직함의 명함도 생겼고, 다른 교수와 공동으로 쓰는 연구실도 얻었다. 하지만 4년 뒤에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 2년 계약제로 임용된 그는 한 차례의 재계약 기회만 주어지는 이른바 ‘비정년 트랙’ 전임교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벌써부터 계약기간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또 “‘정년 트랙’ 교수들보다 강의시간도 많아 연구에 몰두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계약 때문에 대학 쪽 눈치를 보느라 시간강사 때보다 더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시간강사, 조교 등에 이어 비정년 교수들이 대학 사회의 ‘새로운 그늘’로 등장하고 있다. 비정년 교수들은 보통 계약기간이 1~2년이다. 재계약 기회를 한두 차례로 제한하고 있어 길어야 6년 동안만 재직할 수 있다. 임금도 ‘정년 트랙’ 교수의 50~80% 수준에 불과하다. 강의시간은 주당 12~15시간으로 정년 교수(9시간 정도)보다 훨씬 많다. 사실상 ‘비정규직 교수’다.

비정년 전임교수제는 2003년 연세대가 처음 도입한 뒤 각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비정년 교수는 2003년 12개 대학에서 151명, 지난해는 16개 대학 265명으로 늘었다. <교수신문> 집계를 보면, 올해 비정년 교수 채용은 41개 대학, 360명으로 급증했다. 무려 신임교수 전체의 14.9%를 차지했다.

홍익대는 올해 신규 임용 교수 91명 가운데 79명, 경주 위덕대는 49명 가운데 42명, 광운대는 36명 가운데 24명을 비정년으로 채웠다. 특히 위덕대의 채용조건은 계약기간 1년에 재계약 기회도 없다.

일은 많고 임금의 50~80%…최장 6년되면 나가야


대학들이 비정년 교수를 늘리는 이유는 정부가 특성화사업, 대학 구조개혁 등 각종 사업의 재정지원 조건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전임교원 확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인건비 부담이 적으면서도 전임교원으로 인정되는 비정년 교수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사립대들은 열악한 재정상황을 이유로 꼽는다. 위덕대 관계자는 “신입생 모집이 되지 않을 경우 정년 교수는 재정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계약조건이 탄력적인 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사회도 경쟁체제로 가야한다”며 “비정년 교수는 대학간 교수 ‘이동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어서 일정 수준의 비정년 교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정년 교수의 확산과 함께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정년 교수인 최아무개(38)씨는 “임용연한 최장 6년은 교육과 연구를 해볼 만하면 나가라는 소리”라며 “시간강사의 고용불안이 잠시 늦춰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씨 등은 교원 충원율 확보를 통한 대학교육의 질 높이기라는 애초 취지가 퇴색하고, 고급 두뇌들이 신분 불안으로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째 시간강사로 일하는 강아무개(40)씨는 “교수직이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은 좋지만, 연구업적을 쌓아가며 임용 기한을 늘리는 재임용제의 장점마저 없애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임성윤 비정규직교수노조 부위원장은 “헌법이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비정년 교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이들에게 전임교원 지위를 부여했으면 신분상의 안정성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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