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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9 17:22 수정 : 2005.04.29 17:22

친구가 따온 두릅에서 향긋한 산냄새가 난다

이제 들나물은 거의 끝나고 산나물이 한창인 때다. 엊그제, 한 달에 한 번 쉬는 토요일, 상아는 집에서 하는 공부로 엄마와 산에 올라 고사리와 두릅을 뜯겠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상아가 산에서 딴 귀한 두릅을 한 봉다리 넣어 왔다. 잘됐다.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그림도 그려 보게 해야지.

시골 아이들이라 해도 두릅을 모르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먹어 본 아이가 서넛밖에 안 된다. 두릅나무는 그림책으로 보여 줬고 며칠 전 소풍길에서 봤는데도 잘 모르고 있다. 아이들에게 두릅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자세히 살펴보게 했다. 어떻게 먹는지 이야기도 나누었다. 먹어 본 아이들이 막 아는 체한다.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 옆에 짤막한 글도 썼다.

두릅

두릅에게는 뾰족한 가시가 있다.


두릅나무가 아기두릅을 지키려고

나무에 가시가 있는 것 같다.

어미나무가 아기두릅을/ 사랑하는구나.

(박상아/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두릅

두릅향은 산 냄새다.

향긋하기도 하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니/ 코가 시원하다.

두릅을 처음 본다.

두릅아/ 내가 몰라서 미안해.

이제 꼭 기억할게.

(한지유/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두릅

두릅은 튀김을 해먹는게

제일 맛이 있다.

밀가루를 두릅에 입혀서

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초장에 찍어먹으면/ 고소하다.

(정은영/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두릅

상아가 들고 왔다.

동무들과 공부도 됐다.

나는 두릅을 처음 본다.

얘기는 들어봤지만.

상아가 들고 와서 고맙다.

(하서영/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2학년 아이들이 제각각 다르게 두릅을 만나고 있다. 두릅으로 튀김을 해 먹는 건 나도 처음 알았다. 은영이 말대로 튀겨서 초장에 찍어 먹어 봐야겠다. 상아는 학교 대신 산에서 진짜배기 공부를 했다. 엄마 눈에는 잘 보이는 고사리가 자기 눈에는 잘 안 보이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고사리로 한 시간 공부 잘했는데 오늘은 상아 덕분에 두릅으로 두루두루 좋은 공부를 했다. 일년 가운데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공부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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