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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이를 남다르게 절감한다. <박두성 이야기>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친 송암 박두성의 전기이자, 그를 삶의 한복판에서 만난 한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다. 지은이인 동화작가 이미경씨의 아들은 여섯살 때 백혈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이씨 부부는 아들을 위해 시골로 이사했다. 아이는 작은 시골학교에서 교사와 급우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 ‘꿈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커가는 아이에게 시골분교가 ‘대안’일 순 없었다. 다시 인천으로 이사했다. 아들은 맹인특수학교에 입학했다. 열세살이 된 아들은 그제야 ‘점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아들이 그저 상처받지 않기만을 소망했던 부모는 자식의 손끝에서 글이 열리고 세상이 열리는 과정을 감격적으로 지켜봤다. 한글점자를 만든 박두성 선생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였다. 여기서부터 책은 본격적인 ‘박두성 이야기’를 시작한다. 1888년 태어난 박 선생은 7년여의 노력 끝에 혼자 힘으로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만들었다. 그의 점자는 지금도 남과 북에서 쓰이는 민족 공통의 장애인 한글이다. 전국 곳곳에서 점자교육을 실시하고 그 보급에 힘썼으며, 한국전쟁 중에도 점자책을 만들었다. 1963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손가락 마디를 더듬으며 점자를 연구했다. 시각장애인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의 담담한 회고담과 그 부모가 아들 덕분에 만나게 된 박두성 선생의 일생은 ‘그림 속 그림’처럼 끝없는 여운을 남기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박두성 선생의 삶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정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옅은 관심을 정확히 반영한다. 지은이는 이 책의 인세를 한국점자도서관에 후원할 예정이다. 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느라 그 어머니는 시각장애인의 삶에 새롭게 눈을 떴다. 아들의 손가락 끝에서 열린 세상의 소중함을, 눈뜬 사람들도 가슴으로 받아 안으라고, 어머니는 점자 대신 한글로 이 책을 썼다. 자신의 아들 대신 세상의 더 많은 아들과 딸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함이다. 제1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에서 기획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전학년, 이미경 지음, 권정선 그림. 우리교육/65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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