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둥 거울 비추니 숨은그림 ‘짠~’

생활속의 수학

최근 미술에 관심이 있어 미술관을 자주 가게 되었다. 미술 관련 책을 보다가 아무리 보아도 형체가 파악되지 않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이것은 1640년께 그려진 그림으로, 마리아, 요한, 천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그린 일그러진 상(anamorphosis)이었다. 처음엔 평면거울을 대어 보기도 하고 그림을 기울여 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거울 효과를 낼 수 있는 반짝 종이를 말아 원기둥을 만들어 그림의 원형 부분에 대어 보니 그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중심으로 왼쪽 윗부분엔 천사가, 그 아래쪽엔 마리아가, 그리고 오른쪽 아랫부분엔 요한이 보였다.(그림 1) 평면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원기둥 거울 면에선 보였다. 원기둥 거울 면의 성질을 수학적으로 살펴보자.

관찰하고 추측하기

1. 먼저 종이 위에 가로줄과 세로줄을 각각 9줄씩 그리면 64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격자무늬가 된다. 한 칸씩 건너뛰며 적당한 색을 칠하면 마치 체스판 모양이 된다. 거울 효과를 낼 수 있는 재료(반짝이는 포장지 뒷면이나 은색 시트지)를 말아 원기둥처럼 만들자. 이렇게 만든 원기둥은 거울 구실을 하게 되어 보통 원기둥 거울이라 불린다. 원기둥 거울을 체스판 모양 앞에 놓아 보라. 체스판 모양 위의 가로줄과 세로줄은 원기둥 거울 면에 곡선(포물선)처럼 비친다.(그림 2)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격자무늬가 원기둥 거울 면에서 어망처럼 비치는 셈이다. 격자무늬와 그 거울상은 모양과 위치가 변할 뿐 연결 상태는 똑같음을 알 수 있다. 둘 사이엔 일대일 대응관계가 있는 셈이다.

2. 이번엔 일정한 간격으로 동심원(중심이 같은 원)을 여러 개 그려 그 중심각이 30도가 되도록 12등분하자. 그러면 방사형 원판 모양이 얻어진다.(그림 3) 이 원판 모양의 중심에 원기둥 거울을 올려놓아 보자. 방사형 원판 모양은 원기둥 거울 면에 어떤 모양으로 비칠까? 방사형 원판 모양은 거울 면에서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격자무늬처럼 비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그린 작품을 하나 살펴보자. 이 그림엔 일그러진 형상들이 그려져 있다.(그림 4) 무엇을 그린 것일까? 이 그림의 중심에 그려진 원 위에 원기둥 거울을 놓아 보라. 춤을 추는 무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도 방사형 원판을 여러 장 그려 그 위에 하트, 원, 삼각형, 육각형 등 여러 가지 모양을 그려 원기둥 거울 면에 비친 모양을 잘 관찰해 보라. 원기둥 거울 면에 의도하고자 한 모양대로 비치려면 방사형 원판에 어떤 모양으로 그려야 할지 추측할 수 있다. 방사형 원판 위에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 창조의 기쁨을 누리자!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