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1 16:53
수정 : 2005.05.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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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조각들은 곡선과 직선을 구별하거나, 삼각형·사각형·원 등을 몸으로 알 수 있게 만든다. 아이들이 섞여 있는 모양 조각들 가운데 비슷한 것들을 찾아 짝을 맞추는 퍼즐 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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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까진 수학을 잘하다가 중·고교로 가면서 헤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등 세 차례의 고비에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거부감을 갖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왜일까? 겉으로는 사칙연산의 복잡화와 문자식의 등장에 대한 부적응, 증명 문제의 난해함에서 오는 불유쾌한 경험들, 그리고 새로운 수와 개념에 대한 낯섦 등이 계기가 돼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서 점수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곧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수학에 적응을 못하면서 어려워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단지 이런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기는 모든 과목에서 마찬가지인데 유독 수학에서 그런 현상이 심해지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수학교육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수학교육이다. 이때는 1, 2, 3, 4 등 숫자부터 시작해 점, 선, 면, 모서리, 각 등 수학에서 기본이 되는 정의나 개념을 배우는 시기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연산의 개념도 깨치는 시점이다.
10년 동안 중·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강미선(38)씨는 “유치원 때 구구단을 노래로만 배웠던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사칙연산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나, 분수 과정에서 약분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이가 중학교에서도 문자식의 약분에서 많은 혼동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수학에 대한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용산고 최수일 교사는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조차 초등학교 때 배웠던 각이나 모서리 등 기초적인 공간 개념이 필요한 문제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경우를 본다”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수학교육이 진행돼 왔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개념 설명은 순간적으로 지나가 버리고 대신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등 수학이 대체로 사칙연산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등 입학생 상당수가 이미 숫자를 세거나 쓸 수 있고 계산법을 배워서 들어오기 때문에 교사들도 힘들여 개념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 이아무개(32)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서 이미 다 배우고 들어오기 때문에 한가하게 한자릿수 덧셈, 뺄셈을 가르치려고 하면 학생들과 부모들이 오히려 반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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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돌은 수 개념을 익히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된다. 아이들이 바둑돌을 이용해 더하기, 빼기, 받아올리기 등 연산을 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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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밀리미터·센티미터 등 길이나 그램·킬로그램 등 무게, 제곱센티미터나 제곱미터로 표현되는 넓이 등 단위에 대한 개념 형성은 아주 중요하다.
데시리터(dl)와 리터(l), 리터와 세제곱센티미터의 관계에 대한 개념도 모른 채 공식으로만 부피를 구하는 것은 수학적 사고력 형성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또 점, 모서리, 각 등 수학의 기본요소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확립하지 않으면 이후 수학에서 계속 혼란을 겪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각은 꺾인 것’, ‘점도 도형’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삼각함수를 배우거나 공간도형을 배울 때 장애가 된다.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 교수는 “‘넓이는 가로×세로’라고 가르치기 전에 아이와 함께 가로를 10개로 쪼개 보고, 100개로 쪼개 보고 하면 어떻게 될까를 얘기해 보고 이를 통해 넓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하면 개념 형성이 확실히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은 개념을 하나하나 알아 가면서 수학에 대한 재미를 붙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학아 놀자〉의 저자 이원영씨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수학 개념을 잘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 일상생활의 친숙한 소재들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색종이를 삼각형, 사각형 등 여러 모양으로 잘라 놓고 분류하는 놀이를 하면 각, 모서리 등의 정의나 대소의 개념을 몸과 머리로 받아들이게 되며, 수학적 사고의 중요한 부분인 패턴을 알아 가는 방법도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남 산청 간디학교 추진화 교사(수학)는 “아무리 사소한 수학적 지식이라도 다양한 일상 활동을 통한 자신의 사고적 경험을 통해 획득해야만 생명력이 있고 참지식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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