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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대비 과외 또 해야할지…”
“부담 컸는데 차라리 잘됐다” 도 “너무 혼란스러워요. 입시 제도의 큰틀이 왔다갔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신 중시를 뼈대로 하는 2008학년도 대입 제도 때문에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내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던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논술형 본고사’라는 또다른 변수가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달 30일 ‘논술형 본고사’ 중심의 입시 전형안을 발표한 뒤 일선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은 ‘혼란’ 그 자체다. 교육부가 “본고사는 절대 불허”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서울대에 이어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교사와 학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빨리 대입 제도의 큰 방향이 잡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ㄷ고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아무개(41) 교사는 “1학년 아이들이 강화된 내신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에서 내신 실질 반영은 현재 수준으로 묶고 논술형 본고사를 대폭 반영하겠다는 방안을 내놔 매우 당황스럽다”며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 논술형 면접 등이 강화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ㅇ고의 한 교사는 “논술형 본고사의 개념도 모호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며 “한시라도 빨리 대입 전형이 확정돼 아이들의 혼란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ㅅ고의 김아무개(43) 교사는 “현재 재량시간을 통해 하고 있는 독서교육을 강화하고 논술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며 “대학에서도 예시 문제라든지 모의고사 등을 통해 출제 방향을 빨리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ㅇ고 송아무개(40) 교사는 “내신 강화라는 2008학년도 입시안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며 “본고사가 변별력 강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문제풀이 중심으로 가게 된다면 학교 교육 현장에 악영향을 주고 사교육 시장이 팽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내신에서 좋은 점수를 따야 하는데다 본고사 대비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 이래저래 심란하다고 말했다. 인천 ㅅ여고의 김아무개(16)양은 “현재 수학과 영어 과외를 하고 있는데 본고사를 대비한 과외를 또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우선은 학교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며 대입제도가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내신의 중압감이 너무 커서 본고사 도입이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기 부천 ㅂ여고의 정아무개(16)양은 “중간고사 기간인 월요일 아침부터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본고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본고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내신의 부담감이 너무 커서 차라리 잘됐다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ㅈ고 박아무개(16)군은 “본고사는 어차피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보통 학생들의 경우는 내신만으로도 충분히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며 본고사 시행은 학생들의 혼란만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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