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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사진의 성자이며 순교자적 인물’이라고 불리는 유진 스미스의 대표작 <역 플랫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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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무거운 가방은 감내하기 어려운 험한 일상을, 그리고 퍼붓는 비의 위세는 그가 대면한 냉혹한 세계를 비유한다. 비는 그를 벽처럼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두 개의 가방. 그가 그동안 성취한 것은 고작 이것뿐이다. 굳게 닫힌 입술처럼 단단하게 채워져 터질 듯한 가방의 부피가 곤핍한 삶의 무게를 전달한다. 가방의 무게는 주인공의 삶을 짓이기는 것 같다. 더구나 가방은 플랫폼의 돌바닥과 굳게 밀착돼 있지 않은가. 유진 스미스 역시 그를 위에서 조감하며 끊임없이 추락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강하게 부각시킨다. 모든 것은 지면과 입맞춘다. 나는 새마저도 추락한다.…(중략)… 또한 냉혹한 돌바닥은, 죽지 못해 서서 ‘정신의 땀’을 흘리는 남자의 가슴을 향해 빗줄기를 탄환처럼 되돌린다. 그는 얼음처럼 굳었다. 갈 곳이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플랫폼에 서서 왕래하는 기차를 응시할 뿐이다. 이미 바닥과 코트를 적신 비는, 세상과 맞서지 못하는 그의 무력한 심리는 물론, 그가 플랫폼에서 소비한 시간의 양을 반영한다. 더구나 야속한 바람이 슬쩍 외투를 더욱 초췌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공헌한다. 거센 빗줄기, 잔인한 바람. 우산도 없이 그 중심에 홀로 던져진 자의 찢겨진 가슴을 누가 헤아릴 것인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그의 두려움과 공포를 누군들 이해할 수 있을까. 세상과 대면한, 아니 세상의 힘에 유린당하는 한 인간의 왜소함은 이렇게 비통하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의 삶이며, 힘든 일상마저 극복해야 하는 것이 또 인간의 삶임을 인정한다면, 굳이 새처럼 나는 꿈은 꾸지 않아도 좋을지 모른다. 한국교육미디어 발행 <독서> 교과서, 조용훈 ‘사진으로 읽는 시’ [되짚기 마당] ◇ 용어 풀이 ① 르포르타주(reportage): 1. 신문·잡지·방송 등에서의 현지 보고, 또는 보고 기사. 2.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는 현실이나 개인의 특이한 체험을, 관찰자의 주관을 곁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그린 문학. 기록 문학. 보고 문학. ② 투레질(blowing from the mouth): 젖먹이가 두 입술을 떨며 ‘투루루’ 소리를 내는 짓. ◇ 짬짬 강의 ● 띄어쓰기 ㉠진취적이기보다(O)-진취적이기 보다(X) ‘보다’는 흔히 동사로 알고 있지만 부사(한층 더, 예)보다 좋은 방법), 보조 동사(시험 삼아 함을 나타냄, 예) 생각해 볼게), 보조 형용사(짐작이나 막연한 자기 의향을 나타냄, 예) 여기서 살까 보다) 그리고 조사로도 쓰인다. 조사로 쓰일 때의 ‘보다’는 두 가지를 비교할 나타낼 때 쓰이며, 조사이므로 체언에 붙여 써야 한다. 예)언니보다 동생이 더 예쁘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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