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8 18:57
수정 : 2005.05.08 18:57
한 달 전 동물병원/이가을/창비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나누어 주거나 받는다. 이웃에게 반찬이나 떡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짝이 학습 준비물을 갖고 오지 못했을 때 내 것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살고, 동무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살고, 식구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 것이다. 그런 나눔 가운데서도 가장 큰 나눔은 목숨을 나누는 일이다. 내 생명을 다른 사람한테 나누어 준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대신 죽을 수 있는 일을 하거나 실제로 대신 죽는 일이다.
이 작품은 사랑을 나누는 일, 다른 생명을 위해 내 생명까지 나누어 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일, 우연한 실수에서 시작한다. 근호네 책방 창고에 들어온 쥐를 잡기 위해 선경이네 고양이를 빌려 왔는데, 책장에 묶어둔 목줄 때문에 쥐를 잡으려던 고양이가 오히려 죽고, 동무한테 미안해서 죽었다는 말을 못하고 똑같은 고양이를 사러 다니던 근호와 고양이를 찾으러 다니던 선경이의 간절한 소망이 마을 근처 숲 속에 있는 ‘한 달 전 동물병원’ 아저씨를 만나게 한다. 아저씨 말대로 고양이가 살아 오자 아이들이 다른 동물들도 살려 달라고 데리고 온다. 아버지가 그리운 근호와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저씨가 서로 아들과 아버지처럼 지내게 되었을 때 갑자기 아저씨가 사라진다. 아이들은 아저씨가 갑자기 사라진 일이, 그동안 제 생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기들이 부탁했던 일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생명을 위해 아저씨가 자기 생명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을.
출판사에서 이 책을 만들면서 표지에 초등학교 2, 3, 4학년을 위한 책이라고 찍어 놓았듯이 지면 구성과 글자 크기를 비롯한 편집은 초등학교 2, 3학년 어린이들한테 알맞다. 그러나 내용은 초등 4, 5, 6학년 어린이들이 읽고 ‘제 생명을 다 살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큰 죄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우리 주변에서 제 생명을 다 살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를 돌아보고, ‘내 생명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 나누기를 하기에 알맞은 동화다. 그냥 마음 편하게 읽고 책을 덮어도, 제 생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은 동물들한테 자기 생명을 나누어 주는 따뜻한 글쓴이 마음이 내 마음에도 남아 맴돈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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