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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8 19:42 수정 : 2005.05.08 19:42

7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을 위한 추모제’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자유발언에 나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000여명 질서속 추모제
학벌 사회 반대로 이어져

“내신도 본고사도, 입시교육은 싫다!”

7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서 터져나온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처절한 외침이다.

이날 집회는 고등학생들이 입시 문제와 관련해 집단적으로 거리에서 목소리를 낸 초유의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고교생의 목소리가 대학입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온 만큼, 정부가 이를 엄중히 받아들여 입시 중압감을 덜어주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집회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입시경쟁 중심 교육, 학벌주의 사회에 대한 반대로 모아졌다. 이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을 비판하고, “우리를 입시기계로 만드는”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쪽지에 써서 모았고, 교육인적자원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한 달 뒤인 6월7일까지 요구했다.

고3이라고 밝힌 한 여학생은 단상에 올라 “우리는 어른들에 억눌려 사육당했다”며 “어른들에게 숨죽이고 속박당하는 삶은 싫다”고 말했다. 서울 ㄴ고 1학년 이아무개(16)양은 “예전 같으면 친구들끼리 노트도 주고받고 했는데 이제는 서로 경쟁자로 느끼고 있다”며 “내신 상대평가로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학교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ㄱ고 ㅇ아무개(16)군은 “중간고사 보면서 애들이 시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눈물을 보이는 때가 많았다”며 “우리들은 내신도, 본고사도 싫고, 경쟁만을 유도하는 학교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모인 1000여명(주최쪽 추산)의 학생들은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질서정연하게 두 시간여의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일에 대해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입시 중심 교육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집회를 열게 했을 것”이라며 “더는 학생들을 ‘교육받아야 하는 미숙한 존재’로 보지 말고, 학교 현장에서부터 학생들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도 “이번 집회는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참에 학생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학생들의 호소에 사회는 그동안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며 “이제는 다양한 조직과 경로를 통해 이들의 주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텐데, 이를 징계로 막으려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말했다. 이형섭 강성만 이본영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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