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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9 16:41 수정 : 2005.05.29 16:41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가 거센 가운데, 지난 3월9일 진렁칭 중국 재무부장이 위안화의 고정환율제 고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 \


강수돌의 경제이야기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 달러에 비해 중국 위안화가 너무 싸게 평가되고 있으니 좀 값어치를 올리라는 것이다. 아니, 자기 나라 돈도 아닌데 왜 남의 나라 돈의 값어치를 올려라 내려라 하는 것일까?

이것을 알려면 국제무역에서 돈이 하는 역할을 알아야 한다. 만약 중국에서 장난감을 싸게 만들어 미국으로 판다고 하자. 미국은 중국의 장난감을 사는 대신 달러를 줄 것이다. 여기서 외환시세, 즉 환율이 1달러에 3위안이라고 하자. 중국은 1달러 어치 팔면 3위안을 번다. 중국의 한 회사가 미국에 장난감을 많이 팔고 100만 달러를 받았다면 그것은 300만 위안이다. 그런데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여 1달러에 2위안으로 했다고 치자. 그러면 중국은 똑같이 100만 달러 어치의 장난감을 팔고도 200만 위안만 벌게 된다. 환율 차이 때문에,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100만 위안을 잃어 버린 셈이다. 이렇게 국제무역에서 돈은 지불수단, 결제수단이기도 하면서 그 나라 화폐의 상대 가치를 나타낸다.

간단히 말하면 자국 화폐가 다른 나라 화폐에 비해 값이 싼 경우는 수출에 유리하고 더 비싼 경우라면 수입에 유리하다. 전자의 경우 조금 팔아도 많은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며, 후자의 경우 많이 수입해도 적게 돈을 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인 1944년, 전쟁으로 무너진 통화시스템과 자본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설치되었다. 이 무렵 달러는 금본위 화폐였으며 1934년에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가격인 금 1온스당 35달러제(고정환율제)를 고수했다. 그러다가 1972년 환율이 시장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변동환율제가 채택된다.

현재 5천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보이는 미국 경제는 그 적자의 상당 부분이 중국 등 인건비가 싼 나라로부터의 수입 탓이다. 실제로 미국의 월마트 등 대형 슈퍼를 가 보면 의류·장난감·액세사리 등 온갖 소비재들이 거의 중국에서 온 것들이다. 오죽하면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현저히 줄어든다’는 말까지 나오랴.

그러면 미국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화폐 가치를 바꾸라고 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는 겉보기에는 합당할지라도 속으로는 병든 전략이다. 왜냐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많은 소비재를 사는 것은 미국이 그만큼 스스로 만들던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 안에서는 실업과 비정규직이 급속히 증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달러를 많이 버는 중국조차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시야에서 놓쳐 버리고 오로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산과 논밭을 허무는 등 몹쓸 짓을 한다는 것이다. 그 불똥이 우리에게도 튄다. 한국의 기업들이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 버리는 현상이나, 중국의 무분별한 개발 현장과 사막화가 그 증거다. 중국의 사막지대는 해마다 황사를 불러, 우리는 해마다 시야 장애, 호흡 장애 등을 겪는다. 중국의 사막화와 황사 현상들은 결국 달러를 많이 번다는 명목으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 결과다.

중국과 미국의 환율 전쟁은, 일단 우리가 ‘돈벌이’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어느 누구도 결코 건강한 ‘살림살이’를 꾸리지 못하게 됨을 잘 보여 준다.

고려대 교수 ksd@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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