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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5 16:48 수정 : 2005.06.05 16:48

써레질이 끝난 논에 물이 찰찰하다. 죽처럼 풀어진 흙이 사나흘 뒤 조금 단단해지면 그 자리에 모가 들어가 떡 하니 버티고 앉겠지. 거대한 저수지가 된 논마다 지금은 개구리 세상이다. 해가 지고 나면 사람들은 집으로 들어가 고단한 몸을 쉬고, 사람 없는 들녘에는 개구리 소리만 빽빽하다. 그래도 그 소리가 시끄러워 괴롭거나 하지는 않다. 귀가 따가울 정도인데도 듣기 싫지는 않다. 자동차나 기계 소리가 저만큼 난다면 누가 견뎌내겠노.

상아는 개구리 소리가 동네를 잠재우는 자장가라 했다.

개구리

밤에

개구리 소리가 끼끅끼끅

마을에 울려 퍼진다.

개구리 소리는 꼭 자장가 같다.


우리는 깊은 산골이라서

아홉 시쯤 되면

개구리 소리가

온 동네를 잠재운다.

(박상아/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개구리 소리를 ‘끼끅끼끅’이라 들었다. ‘개굴개굴’에 붙들리지 않고 자기 나름으로 새롭게 들었다. 아홉 시만 되면 벌써 한밤중이 되어 개구리가 잠재우는 동네, 산골짜기 신곡 마을에 상아네가 살고 있다.

개구리 소리

저녁에

엄마 데리러

논에 가는 길에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좋다.

개구리 소리가

꼭 피아노 소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개구리한테

이슬비 노래를 내가 불러 주었다.

(정은영/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논일은 한번 벌이면 어두워지더라도 마무리까지 해야 한다. 물이 있을 때 논에 물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를 마중 나가는 논길에서 은영이는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은영이한테는 개구리 소리가 피아노 소리 같았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에 맞춰 3학년 언니한테 배운 이슬비 노래를 불러 줬다. 개구리 소리에 어우러진 은영이 노래를 어둑해진 들길에서 한번 들어 보고 싶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unu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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