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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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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걸으며 혈류량 조절
얼음 위서도 동상 안걸려 <남극일기>는 송강호와 유지태라는 굵직한 배우를 기용해 극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공포를 다룬 독특한 영화다.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을 포함한 한국의 탐험대원 6명은 남극의 도달 불능점 정복에 나선다. 영화는 그들 앞에 놓인 진정한 위험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집착’이나 ‘광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동상으로 발을 잃는 탐험대원이 있었듯 남극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추위’가 아닐까 싶다. 영화에는 감기에 걸리는 대원이 등장하지만 사실 남극은 감기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을 만큼 춥다. 그렇다고 생물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며 나름대로 적응해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은 어떻게 추위에 적응할까?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추위는 분명 인간에게 위협적인 요소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위로 목숨을 잃는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추위에 대비하지 않은 대가로 몇 만 명의 병사를 잃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볼 수 있듯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저체온증으로 숨진다. 인체가 추위에 노출되면 손을 가슴에 모으고 몸을 떨게 되며 피부는 창백해진다. 손을 가슴에 모으는 것은 표면적을 줄여 몸에서 방출되는 열 손실을 적게 하기 위한 것이다. 몸을 떠는 것은 열을 발생시키기 위한 것으로 평소 5배 가량 열이 발생하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은 혈관이 수축해 피부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추위에 대한 이런 인체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체온이 계속 떨어지면 감각이 둔해지고 졸음이 온다. 몸 안의 온도가 1℃만 떨어져도 판단력이 저하되고, 5℃ 넘게 떨어지면 활동이 어려워지며 의식을 잃게 돼 결국에는 동사하게 된다. 심하지 않은 동상은 마치 햇볕에 탄 것처럼 허물만 벗겨지고 상처가 아물지만, 심하면 조직이 죽어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고 영화 속 최도형처럼 함부로 절단하거나, 마찰열을 발생시키려고 동상 부위를 문지르면 안 된다. 동상 부위를 잘못 문지르면 손상된 조직이 더욱 심하게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세포 사이의 물이 언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듯 물이 얼어 부피가 늘어나면서 세포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세포가 죽는 것은 아니다. 세포 사이의 물이 얼면 물이 줄어들어 ‘세포간액’의 농도가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세포 외부가 내부보다 농도가 높기 때문에 삼투압에 의해 세포내 물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세포가 쪼그라들어 죽게 되는 것이다. 남극의 기온은 평균 -23℃로 지구상에서 가장 춥다. 남극의 바다는 -2℃에도 얼지 않는데, 이런 물 속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몸에 부동액 구실을 하는 당단백질 성분의 항빙결 물질을 갖고 있어 몸이 어는 것을 방지한다. 펭귄은 팔다리가 짧은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생김새 덕택에 부피 대 표면적의 비율이 최대한 낮아지면서 열 손실이 줄어든다. 펭귄이 얼음 위에 발을 딛어도 동상에 걸리지 않는 것은 혈류의 양을 조절해 가면서 발의 온도가 빙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온도가 많이 떨어지면 발뒤꿈치와 꽁지로 서서 바닥과 접촉면을 줄인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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