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랜만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두 친구가 반가워하며 인사를 한다. “야, 이거 얼마 만이냐?” “그러게 말이야. 20년이라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지는 걸.” 이 장면처럼 시간이 길다, 짧다는 말을 쓸 때 문득 스치는 질문이 있다. 흘러가는 시간에 ‘길이’가 있을까? ‘길이’는 어떤 대상의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를 말하고, ‘시간’은 어떤 순간의 시각과 다른 순간의 시각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따라서 시간의 길이란 이 간격의 크기이다. 길이의 단위에는 cm, m, km 등이 있고, 시간의 단위는 시간, 분, 초 등이다. 어떤 대상의 길이를 잴 때, 대상 자체가 연속적이기 때문에 자에 표시된 눈금과 눈금 사이의 간격을 보고 대강 어림해 측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자를 사용한 경우라면 액정 화면에 나온 수치는 이미 반올림된 값이다. 시간도 연속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도구가 바로 시계이다. 시계를 통해 시각을 알고, 시간도 구할 수 있다. 시계가 보여 주는 시각 또한 어림한 값이다. 시간=어떤 지점간의 차이 길이
시각=일직선 위 어느 한 지점 지구는 해마다 같은 궤도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시계 바늘들도 각각 일정한 속도로 한 원 안을 돌아다닌다. 시계 하나만 보아서는 며칠이 흘렀는지 시간의 길이를 알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일직선 위의 어느 한 지점(시각)에 있다고 상상한다면, 어떤 지점과 다른 지점과의 차의 길이(시간)를 가지고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시간 문제를 설명할 때는 시계와 함께 수직선을 활용하면 좋다.
3학년 수학 문제인 ‘5시간 15분-2시간 45분’을 구할 때, 받아내림을 하는 과정에서 1시간을 100분으로 계산하는 아이가 있다면, 시간은 10진법이 아니라 60진법을 따른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 주어야 한다. 또 ‘3시+2시간’의 결과를 5시로 해야 할지, 5시간으로 해야 할지 망설이거나, ‘3시+2시=5시’가 아니냐고 묻는 아이가 있다면 시각과 시간의 차이를 확실히 알려 주어야 한다. 3시에 2시간을 더하는 것은 3시로부터 2시간이 흘러간 뒤의 시각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5시간이 아니라 5시가 정답이라는 것과, 시각에 시각을 더하는 것은 의미 없는 연산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 주자. 강미선/<초등수학 놀이북> 저자 upmmt@hanmail.net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