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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손병두 신임 총장이 28일 오후 교내 대회의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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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에 1천억원을 모금하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 부회장 출신인 손병두(64) 새 서강대 총장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1천억원 모금’의 포부를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이날 회견은 대학 총장들이 ‘CEO 총장’을 자임하며 앞다퉈 모금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출현한 진짜 CEO 출신 총장의 기자회견인데다, 최근 ‘고려대 사태’로 대학과 기업 사이의 건전한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손 총장은 이날 “40년간 경영관리자로 닦은 노하우와 체험을 살려 서강대를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살리겠다”며 “훌륭한 교육 여건을 갖추려면 1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총장은 “이를 위해 기업과 학교가 서로 도움이 되는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며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이 20년간 투자금 뽑고 기부체납하는 방식도 고려” 손 총장은 1천억원 모금 달성의 구체적 방법으로 “기업의 펀드 가운데는 건설회사가 국제학사, 기숙사 등을 세운 뒤 20년 동안 사용해 투자금을 뽑은 뒤 학교에 기부체납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단순 기부가 아닌 대학 안에서 기업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손 총장은 기업인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인성이 훌륭하고 어학 실력이 뛰어나고 실력을 갖춘 학생”이라며 “학부에서는 기본적인 인성 소양을 강화하고, 대학원은 외국어 역량 강화, 기업에서 원하는 특수 능력은 특수대학원을 강화하는 것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예컨대, 엠비에이 과정 같은 경우 특정 기업과 서강대가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기업이 원하는 교육내용을 커리큘럼에 넣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을 “맞춤식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일부에선 “경제관료 출신 교육부총리의 서강대식 축소판” 비판 최근 다시 정치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특히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대학에 있어서는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없어 철회해야 한다는 견해를 천주교 주교회의가 밝힌 적이 있다”며 “이 견해를 따를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른바 ‘3불정책’은 “지난달 대학교육협의회 경쟁력강화특위에서 결정한 ‘기여입학제 시기상조, 고교등급제 불가 유지, 논술 다양화로 대학의 선발권 강화’ 방안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강대 총장을 내 인생을 총결산하기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재임 4년 동안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강대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진짜 CEO 총장의 출현에 대해 서강대 안에서도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호철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육부총리에 경제관료가 앉아있는 한국사회 교육현실이 서강대 안에 축소판으로 다시 구현됐다”며 “돈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인성을 가진 인재를 키운다는 건학 이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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