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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3 14:59 수정 : 2005.07.03 14:59

충칭 1중학 학생들이 우레탄을 깐 농구장에 경기를 하고 있다.


“3중학, 25년 만에 1중학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다.”

지난달 16일 <충칭상바오가 충칭 시내 12개 중학교 3학년생 600명에게 실시한 고등학교 선호도 조사에서, 충칭 3중학이 1위를 차지했다. 1981년 이후 해마다 1위였던 전통의 명문인 충칭 1중학을 물리친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 시설을 가장 중요시했고 이어 실력 있는 교사진과 전통 있는 학풍을 꼽았다. 3중학은 지난해에 실내 체육관과 수영장을 새로 열고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교사들을 초빙해 만년 2위의 설움을 벗었다.

한국처럼 9년제 의무 교육을 하는 중국은 6월이면 ‘중카오(中考)’라는 고교 입학 시험을 치른다. 중카오 성적에 따라 원하는 고교에 지원하므로, 입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치열하다. 학교들도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려고 교육 기자재와 학내 시설을 개선하고 유능한 교사들을 유치하려 힘쓴다.

지난달 28일 찾아간 1중학은 24일 대학 입학 시험 ‘까오카오(高考)’ 성적 발표로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쑤이하이 부교장은 “올해 결과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문과·이과 수석을 다른 학교 학생에게 내줬지만 전체 명문대 진학률은 충칭에서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1931년 시립 중학교로 개교한 1중학은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와 베이징대에 해마다 각각 10~15명씩 진학시킨다.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20명에 불과하다. 교실마다 시청각 방송 시설과 에어컨을 설치했고, 20만여권이 있는 도서관과 첨단 실험 자재가 있는 과학동,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을 설비한 운동장 등 대학 못지않은 교육 시설을 갖췄다. 교사평가제와 고급 아파트 제공 등으로 유능한 교사를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1년 학비가 1천위안(우리돈 13만원)뿐인 공립학교들이 이런 시설을 갖출 수 있는 건 ‘택교(擇校)’라는 기부금 입학제의 영향이 크다. 모집 정원의 10%까지 택교비를 받고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3만위안까지만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 명문 고교는 5만~8만위안을 학부모에게 요구한다. 1년 학비가 3만~10만위안이나 되는 사립학교도 해마다 늘어 학교들 사이의 몸 불리기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대도시와 달리, 중국의 전체적인 교육 수준은 지극히 낮다. 2003년 말 현재 중국의 교육비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에 불과하다. 의무 교육 실시율은 83%인데 고교 입학률은 45%로 국제 수준에 뒤떨어져 있다. 충칭에선 전체 인구의 15%가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중학교에서의 학업 중도 포기율도 5%에 이른다.


농촌 지역의 교사들은 열악한 생활 환경과 경제적 처우로 이직이 빈번하다. 또 전체 교사 가운데 30%는 학력이 떨어져 있다. 중국 정부는 낙후된 농촌과 산간의 교육 문제를 풀려고 ‘희망공정’ 사업을 추진하지만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해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이 사업은 돈을 기부한 학교에다 지원한 단체나 기업의 이름을 붙여 ‘○○희망학교’로 문을 열게 하는 것이다.

충칭사범대 차오지아즈 교수(교육학)는 “도시의 명문 학교가 택교 제도로 살을 찌우고, 학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 다니는 ‘페이두(陪讀)’라는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런데 농촌에는 400위안에 불과한 1년 학비도 없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자녀 교육열이 높은데다 문화대혁명 세대인 부모가 자녀 교육으로 자신의 저학력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강한 것이 문제”라며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에 따라 자식에게 사회적 지위까지 세습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충칭/글·사진 모종혁 통신원 jhmo71@chinawes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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