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03 15:43 수정 : 2005.07.03 15:43

글에는 그 글을 쓴 사람의 삶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글을 읽으면서 삶을 서로 나눌 수 있다. 글에 그 글을 쓴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 아이들에게 엄마에 대해 글을 써 보라 하면 자기 엄마 이야기는 없고 일반적인 엄마의 모습만 그리는 경우가 많다. 나를 키워 주고 맛있는 음식 해 주고 옷도 사 주는 고마운 엄마, 뭐 이런 식이다. 엄마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런 모습 말고 ‘우리 엄마’ 모습을 찾아 써야 감동이 있고 나눌 삶이 있는 것이다.

엄마 브라자

엄마는 브라자를 안 입는다.

아빠는 엄마보고

브라자 입어라

젖꼭다리 나온다.

엄마는 덥다고


안 입을라 한다.

엄마가 브라자를 안 끼니까

창문으로 누가 볼까 걱정이다.

(문예진/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예진이가 아이들 앞에서 이 시를 읽었을 때 우리는 모두 껄껄 넘어갔다. 예진이도 얼굴이 빨개졌지만 함께 웃었다. 예진이가 자기 엄마만의 모습을 잘 붙잡았구나. 엄마 아빠 주고받은 말이 그대로 시가 되었네. 그래, 참 생생한 이야기야. 덕분에 ‘브라자’에 대해 한참 이야기가 오갔다. “그거 오래 하면 피가 잘 안 통할 거 같아요.” 동균이 말이 결론이었다.

엄마

엄마는 나를

두 살 먹은 어린애 취급해서

엄마랑 같이 목욕 하자 한다.

엄마, 내 혼자 목욕 할 수 있다.

아니, 못한다.

어른도 아니고,

니는 때도 빡빡 안 밀고.

엄마는 내가 두 살인 줄 알아.

내 아홉 살이다.

(김동현/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을 말하듯이 써서 훨씬 살아 있고 재미있는 시가 되었다. 동현이는 아홉 살이 억수로 어른인 줄 아나 보다. 어제 교실 청소할 때 말없이 혼자 비질을 쓱쓱쓱쓱 어찌나 잘하는지, “어? 동현이 진짜 아홉 살이네. 두 살 먹은 어린애 아니네” 했더니 씨익 웃는다. 자기만의 표현으로 자기 삶을 표현하고 그것을 서로 나누는 글쓰기 공부는 이래서 즐겁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