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18 10:51
수정 : 2011.04.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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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의 수시모집 논술·면접·구술시험을 치르기 위해 응시생들이 대기실에 앉아 초조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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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유성룡의 입시전망대
‘대입전형 간소화’ 위해 대학별 수정사항 발표
논술고사 폐지하면서 면접·전공적성검사 실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해 12월6일 ‘2012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는 3월 새 학년도가 시작되기 3개월 전에 다음 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발표함으로써 수험생들이 일찍 희망 대학의 입학전형에 맞춰 대비하도록 하려는 조처다.
그런데 지난 3월15일 대교협이 ‘2012학년도 대입전형 간소화 등을 위한 주요 수정사항’을 발표해 계획적으로 입시를 준비해온 수험생들에게 혼선을 불렀다. 특히 이번 수정 발표가 ‘전형 유형이 복잡하다는 학부모·수험생의 의견을 반영하여 유사 전형들을 통합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논술고사 반영 비율을 낮추거나 모집 인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과연 2012학년도 수시모집을 4개월 앞둔 시점(입학사정관 전형은 8월1일부터 입학원서 접수 시작)에서 이미 발표한 주요 사항을 변경할 만큼 시급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보도 내용을 보면 전형 유형 수가 당초 3678개였던 것을 3298개로 줄였고, 논술고사 실시 대학도 47개교에서 41개교로 줄이면서 선발 인원을 2만2486명에서 1만6832명으로 줄였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대학별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다 보니 수험생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전략을 알아본다.
전형 유형이 줄어들었다는 것에 현혹되지 말라
전형 유형이 무려 380개 감소했다고 하지만, 대학별로 보면 두세개의 유사 전형을 통합해 하나로 묶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세개의 전형이 하나로 통합됐다고 학생 선발도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전형 유형을 15개에서 6개로 줄인 연세대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선발하는 글로벌리더, 과학인재, 언더우드국제대학, 예·체능인재 등 4개 전형을 특기자 전형 하나로 묶었으나 각각의 전형을 지원 트랙으로 구분해 선발한다. 진리·자유, 사회기여자, 창의인재, IT명품인재 전형 역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묶었으나 지원 트랙으로 구분해 선발한다.
즉, 특기자와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함께 선발하는 게 아니라 지원 트랙별로 선발한다는 것이다. 전형 유형을 22개에서 10개로 줄인 중앙대의 경우도 학업 우수자와 지역 우수자 전형을 학업 우수자 전형으로 묶었지만, 학생 선발은 ‘유형1’과 ‘유형2’로 구분해 각각 선발한다. 특히 기회균등 특별전형은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선발한다.
수험생들은 전형 유형이 간소화된 것을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준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지원하고자 한 전형이 어느 전형과 통합되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서 전형 및 지원 트랙별 세부 지원 자격과 학생 선발 방법을 알아본다면 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논술 반영 비율 축소가 변별력 감소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대교협이 발표한 ‘2012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보면 고려대·서강대·연세대 등 16개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 100%로 선발하는 등 상당수 대학이 60% 이상으로 높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수정 발표에는 논술고사를 100% 반영하는 대학이 단 한 곳도 없고, 많은 대학이 50% 이하로 반영한다. 이는 많은 대학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권고에 따라 논술고사 반영 비율을 20~30% 정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술고사 반영 비율이 줄었다는 게 곧 논술고사의 변별력도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논술고사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함께 반영하는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이나 등급 간 점수차가 커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면 그동안 출제된 기출문제와 예시문항, 출제경향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한다. 경북대·대구한의대·덕성여대·서울교대·인천대·한국외대(용인) 등 논술고사를 폐지한 대학의 경우에는 논술고사 대신 어떤 전형요소를 반영하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춰 대비하는 게 좋다. 참고로 덕성여대·서울교대·인천대는 면접고사를 실시하고, 한국외대(용인)는 전공적성검사, 경북대는 대학진학적성검사를 실시한다.
또 서울대 수시모집의 특기자전형 인문계 역시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면접고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정시모집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이에 서울대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수시 면접고사와 정시 논술고사를 함께 대비해야 한다.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과 다른 변경 사항을 숙지하라.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 반영 비율이 줄면서 학생부나 면접고사 등 다른 전형요소의 반영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들이 아직 2012학년도 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모두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변경 사항을 말할 수 없지만, 최근 주요 사항을 발표한 대학들을 보면 일부 변경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정시모집 서울대 인문계열의 경우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 비율이 언어 22.2%+수리 27.8%+외국어 22.2%+탐구 22.2%+제2외국어/한문 5.6%였으나, 최근 대학이 발표한 자료에는 언어 23.53%+수리 29.41%+외국어 23.53%+탐구 17.65%+제2외국어/한문 5.88%로 탐구영역 반영 비율이 줄었다. 자연계 역시 탐구영역 반영 비율이 줄었는데, 이는 반영 과목수가 3과목으로 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연세대는 수시모집 과학인재 트랙의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을 서류 60%+논술 40%로 일괄합산해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단계별 전형으로 변경해 1단계에서 서류 100%로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서류 60%+면접 40%로 선발한다. 경희대는 한의예과의 수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수시·정시 모두 3개 영역 이상 1등급이었던 것을 수시모집에 한해서 2개 영역 이상 1등급으로 변경했다.
이에 수험생들은 수시로 희망 대학 누리집에 접속해 변경된 내용이 없는지 살피고 그에 따른 지원 및 대비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입시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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