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진환/ 김해 어방초등학교 교사
|
“저, 이번에 시험 성적 나쁘면 죽어요.”
어릴적 다양한 경험 대신
시험 스트레스 주는 사회
초등학교에 일제고사라는 이름의 시험들이 오래 전 ‘열린 교육’의 흐름을 타고 점차 없어졌고, 7차 교육과정이 세상에 나온 지도 이제 5년이 넘어서는데 이런 대화 내용을 다시 떠올리면 자꾸 화가 난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다. 사실 7차 교육과정은 많은 논란 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결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심 평가로 수업 속에서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고자 한다는 생각의 큰 전환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 현장은 ‘학력 신장’이라는 불분명한 명분 때문에 지필 평가를 앞세우고, 학부모들도 평가 결과에 집착하여 아이들을 다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만큼 공부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얼마 전 시험 기간 중 장맛비가 억수로 내릴 무렵, 쉬는 시간에 연구실에서 창 밖을 내다보았더니, 6학년 남자 녀석들이 운동장에서 그 많은 비를 맞으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어떤 선생님들은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많은 비에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교실에 들어오면 냄새가 얼마나 나는지 모른다’며 한마디씩 하셨지만, 난 참 보기 좋았다. 비 오는 날 운동장에서 뛰어놀아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은 그만큼 그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학교라는 곳은 바로 그 건강함을 키워 주고 보살펴 줘야 하는 곳이다. 초등학교 교육은 대학을 준비하고 직장을 구하려는 교육과는 분명 다르다. 다양한 경험과 공부에 대한 즐거움, 사람과 만나고 어울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는 시기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수많은 학습지를 갖다 놓고 성급하게 먼 미래를 걱정하게 하지 않는지, 어두운 그림처럼 다가올 학벌 사회의 두려움 때문에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경험을 아이들에게서 너무도 쉽게 빼앗고 있지 않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오늘 열 살짜리 아들 녀석이 총괄평가 시험 때문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에게 성적이 나빠도 괜찮은지를 물었다. 시험은 중요한 게 아니다고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이미 학교는 우리 아이에게 공부가 즐거운 게 아니라 걱정거리임을 먼저 가르쳐 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갑자기 우울해진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