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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0 18:11 수정 : 2005.07.10 18:11

영광 성지송학중학교의 지리산 종주 등반은 언제나 제일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을 향한다. 높은 곳을 향한 도전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천왕봉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지송학중 제공


마음을 여는 교육

④ 성지송학중 '지리산 종주수업'

전남 영광의 성지송학중학교에선 해마다 한 차례씩 전교생이 지리산 종주 등반을 한다. 3박4일 동안 걸어야 하는 이 등반은 단순한 극기훈련이 아니다. 무려 두 달 동안 준비하며 등반에 필요한 제반 지식과 동식물 등 자연을 배우고 지리산과 관련된 역사 등도 함께 배우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체력을 다지기 위해 가까운 산에 오르는 등 운동을 병행하면서 독도법과 식단 짜기 등을 조금씩 익혀 나간다. 또 조별 모임으로 구실을 분담해 문화와 자연 생태를 학습하고 음식 만들기도 연습한다.

해마다 전교생의 필수과목


곽종문 교장은 지리산 종주 등반을 필수 교과목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지리산은 낮은 곳부터 높은 곳까지 날씨도 다양하고 생태계도 다양하다”며 “하루에 쉽게 끝낼 수 없는 긴 여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자기 극복과 인내, 협동심을 배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여㎞를 걸어야 하고 목이 마른 것을 참아야 하는 등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리산 종주 등반에는 미리 가르치는 교육 말고도 산행 도중 다양한 프로그램이 숨어 있다. 식사에 필요한 부식은 학생들이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산장 근처에 숨겨 두고, 학생들은 4~5명이 한 조를 이뤄 등반 도중 문제를 풀어 부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또 그림 그리기와 편지 쓰기, 일반 등산객 인터뷰 등도 한다. 특히 자신과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는 집에 돌아가면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

2달 준비하고 산행 편지도 보내

▲ 영광 성지송학중학교 학생들이 지리산 종주 등반에 앞서 받는 사전 준비교육의 하나로, 교실 복도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취사 연습을 하고 있다. 성지송학중 제공
하루 산행을 시작하는 시간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정하도록 한다. 조별로 1, 2, 3학년이 고루 분포돼 있고 3년 동안 화엄사~천왕봉, 피아골~천왕봉, 뱀사골~천왕봉 등 3개 코스를 가도록 해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다. 물론 지도교사가 동행하지만 식사도 따로 하는 그저 보호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평소 등산할 기회가 적었던 학생들에게 하루 10시간 가까운 산행은 결코 쉽지 않다. 학생들은 눈물이 날 만큼 힘든 등반과 악취가 심한 화장실, 같은 조원끼리의 다툼 등 힘겨운 일은 물론 산등성이에서 만나는 서늘한 바람, 탁 트인 전망, 며칠 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 등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종주 산행 뒤 쓴 학생들의 기행문에는 힘든 여정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왜 엄마와 집 생각밖에 안 나는지 눈물이 나려고 했다. 너무 아파 결국은 울었다.”(1학년 박가람)

울고 웃고…자연과 부대끼고

“3일째 장터목에서 쉬고 있는데 다른 코스로 올라온 친구들이 왔다. 2박3일 만에 만나는 친구들…. 애들 만날 때마다 껴안고 놀았다.”(1학년 박정민)

“장터목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부모님이 오셔서 너무 반가웠다. 나는 엄마를 모시고 천왕봉 산행을 했다. 나에게 정말 의미있고 많은 것을 느낀 산행이었다.”(1학년 정무빈)

“천왕봉에서는 많은 것을 느꼈는데 최고로 많이 느낀 게 한계는 자기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한계를 정할수록 자기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3학년 서현수)

“3학년이 돼 피아골 4조가 됐다.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힘들다고 쉬었다가 가자고 졸라대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보여줘서 미안했다.”(3학년 김수연)

“지리산을 위해 2달여 전부터 준비한 체력 단련, 취사 교육, 산악 등반, 조별 모임, 사전 학습, 식단 짜기 등 정말 긴 준비 과정을 통해 얻어낸 천왕봉이 너무 뿌듯하기까지 하다. 나에게 큰 선생님이 되어 준 지리산에게 고맙다. 인내심·협동력·자연을 알게 해 준 지리산에게 너무 고맙다.”(3학년 정다원)

"뿌듯한 감동 준 산이 고마워요"

함께 울고, 웃고, 싸웠던 3박4일간의 기억은 학생들에게 저마다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성지송학중 학생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목승균 교사는 “지리산 종주 등반은 교육의 틀이 어느 정도 정해졌지만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계속 발전돼 가는 과정”이라며 “산행 중에 틈틈이 아이들 상담을 해 준다거나, 친하지 않은 아이들을 같은 조로 묶어 서로를 알게 해 주는 것 등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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