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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전, 청소년들이 재활용 악기를 만들어 여수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났던 모습. 하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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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청소년의 ‘창의축제’를 가보다
지난 7월말, 서울 일부 지역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 입에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마침 지난 7월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라남도 여수시에서는 국내외 청소년 1000여명이 모여 ‘기후변화’ 시대를 주제로 한 ‘제11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여수시 주최, 제11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 추진위원회 주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큐레이팅)를 열었다. 축제는 기후변화 시대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만나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축제 현장을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들이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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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비시 워크숍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1500개 영어 단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논의하던 모습. 하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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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동도 한려해상국립공원 행사장 곳곳은 축제의 주제였던 ‘기후변화’에 맞춰 청소년들의 대규모 ‘작업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기존 청소년축제에서는 단순 관람객으로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여수 전역을 누비며 사진, 영상 등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문화 게릴라’로 변신했다. 특히 ‘아나바다’ 장터, 과자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체험 부스, 천연 염색 부스부터 천연 스킨, 에코백 만들기 부스 등 친환경 아이디어를 내놓은 행사 부스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천연 스킨 만들기 부스에서 스킨 만들기 체험을 해본 장화연(15·여수중앙여고1)양은 “무료로 이색적인 체험을 해보면서 내가 쓰는 화장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29개 체험부스는 청소년들이 부스별로 체험할 것들을 직접 배워 익힌 뒤 다른 청소년들한테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관람객 가운데에는 대학생, 일반인들도 많았다. 전북대학교 엄의선씨는 “대학생 입장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잘은 모르지만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중심 역할을 한 행사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놀라워했다. 올해 축제 장소인 ‘여수’와 축제의 열쇳말이었던 ‘기후변화’ 역시 청소년들이 직접 정한 것이었다. 기획단 청소년 42명이 축제 장소를 여수로 결정한 것은 여수가 바다와 섬, 도시가 어우러진 장소여서 환경·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획단은 행사 전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6·11 탈원전 세계시민의 날’ 캠페인에 참여하고, 여수환경운동연합을 통해 여수 역사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올해 축제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적이나 성별 등을 막론하고 전세계 청소년들이 ‘교류’를 했다는 점이었다. 축제에는 34개국 340명의 외국 청소년들이 200명의 한국 청소년들과 팀을 이뤄 사전축제부터 참여했다. 모든 청소년들은 행사 기간 에 1500개의 영어 단어만을 사용하는 ‘글로비시’(Globish)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줬다. 3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와 현재 청암대학교에 재학중인 나란튀야(24)는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한 악기 워크숍, 환경 미술 워크숍 등을 통해 국적과 인종이 다른 청소년들이 교과서로만 만나던 ‘기후변화 시대’를 제대로 체험해본 것 같다”며 “나이 어린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수 문수중학교 양궁부에서 마련한 ‘궁활 체험’ 부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1일 폐막식 때는 나비 그림이 그려진 엽서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적어 전국 각지의 뜻밖의 장소에 배달하는 프로그램도 큰 주목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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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에서 열린 개막식 현장. 하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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