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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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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4. 상투어를 줄여라
‘~고 있다’란 표현 안 써도 진행중이란 사실 드러나
‘~수 있다’는 다양한 표현으로 바꿔야 글맛 살아나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비 피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태풍도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어, 일기예보를 주의해 듣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태풍이 곧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예보를 들었다. 왠지 귀에 거슬렸다. ‘예상되고 있다’란 표현이 문제였다. “태풍이 곧 상륙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말하면 될 내용을 ‘~고 있다’란 진행형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 보면 ‘있다’란 표현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실제 국립국어원(korean.go.kr)이 2000년부터 3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펴낸 보고서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엔 ‘것’, ‘하다’, ‘되다’와 함께 ‘있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라고 나온다. 동사와 형용사로 쓰인 것을 합하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있다’다. 학생들의 글에선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최저’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다. ‘가장 낮다’는 뜻이 있는 이 단어는 노동자의 삶마저 ‘최저’로 만들고 있다. 전기 요금이 4.9% 오르고 있고, 올해 물가상승률이 4%대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임금만 제자리 뛰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나) 우리 사회에서도 극우민족주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브레이비크의 테러 사건이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극우민족주의자들은 그의 행실에 동감하고,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극우민족주의자들은 국민들이 외국인 보호정책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다문화정책을 반대한다.
우리말에서 ‘있다’처럼 널리 쓰는 단어도 드물다. 주로 ‘머물다’, ‘유지하다’, ‘존재하다’, ‘갖다’ 등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웬만하면 뜻이 다 통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고 있다’의 형태가 가장 눈에 많이 띄는데, ‘하고 있다’, ‘가고 있다’, ‘보고 있다’, ‘주고 있다’란 식으로 많이 쓴다. ‘한다’, ‘간다’, ‘본다’, ‘준다’처럼 ‘고 있다’를 ‘-다’로 바꿔 쓰면 각각의 단어 뜻이 분명히 드러나 우리말의 맛이 살아난다.
예문 (가)엔 ‘있다’가 무려 여섯 번이나 나타난다. 이럴 땐 ‘있다’를 빼고 원래 뜻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뜻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유리하다. 첫 문장 ‘함정이 있다’의 ‘있다’는 ‘존재한다’는 뜻이므로 그대로 살려 써도 무방하지만, ‘뜻이 있는’은 ‘뜻을 지닌’ 또는 ‘뜻의’로 바꿔도 뜻이 통한다. ‘만들고 있다’는 진행을 나타내는 영어 ‘-ing’를 번역한 듯한 느낌이 드는 습관적 표현이다. ‘~고 있다’는 진짜 진행중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쓰는 건지 구별해서 써야 한다. 그리고 실제 진행중이라 하더라도 글의 흐름으로 봤을 때 충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파악 가능하다면 굳이 ‘~고 있다’로 쓰지 않아도 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도 이런 잘못을 흔히 저지르는데, ‘진행’의 의미를 반드시 드러내려는 의도가 없다면 굳이 ‘~고 있다’란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엔 ‘만든다’로 쓰면 간결하다. 전기 요금은 이미 오른 결과이므로 ‘오르고 있고’는 ‘올랐고’로, ‘점쳐지고 있는’ 역시 굳이 진행형을 써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점쳐지는’으로 바꿔야 한다. ‘못하고 있다’는 ‘못했다’로 바꿔도 진행중이란 뜻이 충분히 드러난다.
예문 (나)에서도 ‘~고 있다’란 표현이 눈에 많이 띈다. ‘옹호하고 있다’는 ‘옹호한다’로 써도 진행중이란 사실이 여전히 드러난다. 이 글 마지막의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란 표현은 ‘~고 있다’를 중복해서 썼는데, 매우 어색하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로 바꾸면 뜻이 더 분명하다.
(가-1) ‘최저’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다. ‘가장 낮다’는 뜻의 이 단어는 노동자의 삶마저 ‘최저’로 만든다. 전기 요금이 4.9% 올랐고, 올해 물가상승률이 4%대로 점쳐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임금만 제자리 뛰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나-1) 우리 사회에서도 극우민족주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브레이비크의 테러 사건이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극우민족주의자들은 그의 행실에 동감하고, 옹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극우민족주의자들은 국민들이 외국인 보호정책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다문화정책을 반대한다.
‘~한다’의 형태로 문장을 끝맺으면 왠지 뭔가 부족해 보이고, 자신의 문장력이 약해 보일까봐 두려워해 ‘~고 있다’란 사족을 붙여 문장을 길게 늘이곤 한다. 그러나 ‘있다’란 표현을 쓰지 않아도 진행중이란 사실은 여전하고, 문장도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다운 논리로 판단했을 때 ‘움직임’이나 ‘상태’는 모두 그 자체가 찰나에 끝나지 않고 잠시라도 지속(진행)하는 것”이므로, “움직임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에 ‘계속 진행함’을 뜻하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방법이나 가능성을 뜻하는 ‘수’와 결합해 ‘~할 수 있다’의 형태로도 ‘있다’를 많이 쓴다. 이 표현 자체는 어법상 틀리진 않으나 너무 많이 사용하면 글이 너저분해지므로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 쓰는 게 낫다.
예시글 2
(다) 주5일제 수업으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고, 부족한 공부를 채울 수 있으며, 취미활동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5일 근무를 해오던 부모들은 부모가 매주 쉬어도 아이들은 격주로 쉬니 가족이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적었지만 주5일제 수업이 도입되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좋을 것이다. 또 공부가 부족하거나 좀 더 배우길 원하는 학생은 형편이 된다면 부족한 공부를 사교육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취미활동도 할 수 있다.
(라) 경기장을 짓기 위해선 산을 깎아야 할 수 있으므로, 환경 파괴의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다. 겨울 올림픽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얻을 수 있기 위해선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경기장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있다’를 ‘수’와 결합해 ‘~수 있다’의 형태로 많이 쓴다. 영어 ‘can’이 우리말에 들어와 터줏대감처럼 쓰이는 경우다.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습관으로 굳어져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기도 하는데, 글을 지루하게 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예문 (다)에서도 네 문장에서 ‘~수 있다’가 무려 여덟 번이나 나온다. 한 문장에 두 번꼴로 쓴 셈이다. 이 글을 읽다 보면 내용은 눈에 안 들어오고, ‘~수 있다’란 표현만 계속 메아리치듯 울린다. 이럴 땐 ‘~수 있다’를 아예 빼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 쓰면 우리말의 맛이 살고 자연스러워진다.
예문 (다)의 ‘즐길 수 있는’, ‘지낼 수 있는’,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사교육으로 채울 수 있는’에서 ‘~수 있는’을 빼도 ‘~ㄹ’이 미래의 가능성을 충분히 나타내므로 ‘~수 있는’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고’는 ‘가족과 함께하고’로 바꾸고, ‘공부를 채울 수 있으며’는 ‘공부를 채울 시간이 넉넉해졌으며’로 구체적으로 풀어써야 부드럽다. ‘얻을 수도 있다’는 ‘얻기도 한다’로 바꾸고, 마지막의 ‘할 수 있다’는 ‘가능하다’로 바꿔도 뜻이 통한다.
예문 (라)에서도 ‘~수 있다’가 네 번 나온다. ‘깎아야 할 수 있으므로’, ‘제기될 수도 있다’, ‘얻을 수 있기 위해선’, ‘지을 수 있어야’에서 모두 ‘~수 있다’를 빼도 뜻이 통하므로 ‘깎아야 하므로’, ‘제기되기도 한다’, ‘얻기 위해선’, ‘지어야’로 줄여 쓰면 간결하다.
(다-1) 주5일제 수업으로 가족과 함께하고, 부족한 공부를 채울 시간이 넉넉해졌으며, 취미활동을 즐길 여유가 많아졌다. 주5일 근무를 해오던 부모들은 부모가 매주 쉬어도 아이들은 격주로 쉬니 가족이 같이 지낼 시간이 적었지만 주5일제 수업이 도입되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좋을 것이다. 또 공부가 부족하거나 좀 더 배우길 원하는 학생은 형편이 된다면 부족한 공부를 사교육으로 채울 기회를 얻기도 한다. 물론 취미활동도 가능하다.
(라-1) 경기장을 짓기 위해선 산을 깎아야 하므로, 환경 파괴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겨울 올림픽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얻기 위해선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경기장을 지어야 한다.
연습 문제
다음 문장의 ‘~고 있다’ 또는 ‘~수 있다’를 빼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 보세요.
1. 요즘 음악뿐 아니라 공연, 예술, 드라마까지 표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표절은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원작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을 표절하는 것도 문제가 되어 여러 인사들이 낭패를 겪고 있다.
2. 학교에서는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고, 평가도 교과서 내용에 따라 하고 있다. 입시제도와 대학의 서열제도가 그런 식의 공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복장은 성폭력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슬럿워크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야하게 입는 사람에게도 성폭력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난이도 수준: 초등 고학년 ~ 중1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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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옥의 티’
① 알래스카 지역은 오늘날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고, 북극 항로의 거점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는 기상 관측 기지 및 자원 개발을 위한 과학 기지가 건설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남극에 세종 기지, 북극에 다산 과학 기지를 두고 학술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중학교 <사회1>(ㄱ 출판사)
→ 알래스카 지역은 오늘날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고, 북극 항로의 거점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는 기상 관측 기지 및 자원 개발을 위한 과학 기지가 건설됐다. 우리나라도 남극에 세종 기지, 북극에 다산 과학 기지를 두고 학술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한다.
② 수소는 석탄과 석유, 천연 가스와 같은 화석 에너지 자원을 열분해하거나 물을 직접 전기 분해하여 얻을 수 있다. 수소는 연소할 때 환경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연소를 위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액체 수소 1g에서 나오는 열량은 가솔린의 약 3배 정도이기 때문에 수소는 유망한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고등학교 <기술·가정>(ㄷ 출판사)
→ 수소는 석탄과 석유, 천연 가스와 같은 화석 에너지 자원을 열분해하거나 물을 직접 전기 분해하여 얻는다. 수소는 연소할 때 환경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연소를 위한 연료로 사용한다. 액체 수소 1g에서 나오는 열량은 가솔린의 약 3배 정도이기 때문에 수소는 유망한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꼽힌다.
③ 삶의 방식이 급변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만큼 가치 갈등이 심각하고, 또 일어나는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중학교 <도덕3>(교육인적자원부)
→ 삶의 방식이 급변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만큼 가치 갈등이 심각하고, 또 일어나는 횟수도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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