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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회원들이 2001년 4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교회 앞에서 “흑인의 피는 그만”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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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년도 고려대 수시 1학기 언어논술 문제(2004년 7월24일 시행)
논·구술 - 기출문제 언어
Ⅰ. 논제 분석
논제는 각 제시문을 요약하고, 제시문의 연관을 찾아 자기 견해를 논술하라 했다.
왜 요약하라고 할까? 우선, 영어 독해력을 테스트하고자 함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요약을 보면, 핵심을 제대로 짚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따라서 엉뚱한 것을 요약하거나, 논술문의 내용과 요약이 서로 어긋날 때는 여지없이 ‘독해력 없음’이 된다. 한마디로, 요약과 논술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순서를 거꾸로 잡는 게 낫다. 제시문의 연관을 찾아 전체를 재구성하고 나서 요약하라는 말이다. 무턱대고 요약부터 했다가 막상 글쓸 때 별것 아닌 걸 요약한 게 드러나면 낭패다.
Ⅱ. 제시문 분석
각 제시문을 따로 봐서는 안 된다. 전체 제시문은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 당연히 서로의 연관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떻게? 제시문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를 파악해 그걸로 각 제시문을 꿰뚫어야 한다. 한마디로 일이관지(一以貫之)다. 그렇게 엮어서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1) 제시문 (1)
이 글의 화제는 ‘사림(士林)의 붕당이 일으킨 권력투쟁의 장단점’이다. 당쟁은 사화와 같은 정치적 혼란을 낳는다. 그러나 붕당은 자신의 대의명분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나아가 이 갈등은 양반 사회에서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를 돕기에 사회 유지의 한 방법이 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쯤으로는 평범하거나 상투적인 논술에 머물고 만다. 이제 묻자. 이런 긍정적인 기능을 가진 당쟁이 왜 사화와 같은 부정적인 폐해를 낳는가? ‘대의명분’이라는 말에 주목하자. 그것은 ‘도’, 즉 절대적 진리와 연관이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도’만을 진짜 도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절대와 절대의 충돌이 발생한다. 배타적 무한경쟁, 여기서 필연적으로 항구 불안 상태가 나온다. 이로써 원래의 대의명분은 힘의 논리로 돌변한다. 이것이, 당쟁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2) 제시문 (2)
이 글은 인종(또는 종족) 간의 갈등을 다룬다. 인종적 갈등은 사회적 갈등, 나아가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백인 정권이 아파르트헤이트를 포기하고 권력을 이양했지만, 막상 다수 흑인이 권력을 잡자, 이번에는 흑인 종족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물론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2)의 핵심은 ‘정체성’이다. 왜 인종 간 갈등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각자가 자기 인종적 정체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마자, 필연적으로 다른 정체성과 갈등을 빚게 된다. 이렇게 접근해야 (1)과 무난히 연결된다. 나아가 흑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또다시 종족 간에 벌어지는 갈등도 쉽게 설명된다.
필자가 왜 ‘국가적(민족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그토록 강조하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 큰 틀의 정체성이 작은 틀(부족)의 정체성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제시문 (3)
여기서는 소수 집단과 주류 집단이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빚는 갈등을 다룬다. 그 예가 ‘크리스천 사이언스’다. 그들은 전통적인 의료를 거부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핵심은 ‘대립되는 원리들의 충돌’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그 원리를 절대화하자, 주류 사회의 현상들은 ‘악’이 돼 버린다. 이제 타협은 없다. 그들 악의 무리들이 내놓는 의학적인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자기 신념의 부정이 되는 것이다.
4) 제시문 (4)
이 글에서는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갈등이 오히려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전쟁은 부락들을 군장사회로 합쳤고, 이윽고는 통합 국가를 이루었다. 이 국가가 사회의 전 방면에서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그저 ‘국가로의 통합이 진보’라는 식의 논리로 끝맺으면 썩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들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자. 도대체 국가가 뭐길래 진보를 이루었을까?
국가에서도 내부적인 갈등이 종식되지는 않는다. 또 그 종식은 그리 좋지도 아니다. 각 주장들의 갈등 덕분에 사회가 발전해 온 것 아닌가. 문제는 그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 생긴다. 따라서 ‘갈등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답은 이미 제시문에 나와 있다는 걸 명심하자. 마지막 문단에서, 국가는 전쟁, 처형, 살인, 반란 따위의 치명적인 갈등을 대체할 갈등 해결의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국가가 부분적인 정체성보다는 더 큰 정체성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글의 핵심 아닐까?
이상에서 알 수 있는 핵심은 이렇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가장 큰 원인은 갈등 당사자들이 자기 주장, 자기 정체성, 자기 원칙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하는 데 있다.’ 이것이 제시문 전체를 잇는 핵심 원리가 된다.
Ⅲ. 논제 해결
<예시 답안>
제시문들을 관통하는 원리는 ‘갈등’이다. 그런데 그 갈등이 드러나는 양상이나, 대하는 태도는 각기 다르다. (1)과 (4)가 갈등의 긍정성에 주목한다면, (2)와 (3)은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부정적인 갈등의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긍정적이게 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갈등은 이해관계나 정체성, 또는 가치관의 충돌에서 나온다. 저마다 자신의 권익을 주장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것은 자연스럽고 나아가 긍정적이다. 부의 재분배, 억압된 정체성의 해방, 새로운 가치관이나 사상·예술의 등장 따위는 모두 이런 갈등 속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 왜 많은 갈등은 피흘림의 악순환으로 이어질까? 그것은 자기의 ‘도’, 정체성, 가치관만을 절대화하는 데서 나온다. 자기 것이 절대 선이 되는 순간, 상대방은 쉽게 ‘악’으로 규정되어 제거 대상이 되고 만다.
(4)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가는 치명적인 갈등 해결을 대체하는 수단을 마련했다고 했다. 국가는 갈등 당사자의 틀보다 더 큰 틀이다. 더 큰 틀 속에서 각자의 선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자신을 상대화할 때 다른 이를 대등한 경쟁자로 수용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 인류, 지구, 나아가 후손까지 포함하는 큰 틀 속에서 자신과 상대방을 볼 때,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갈등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708자)
<요약>
(1) 사림의 붕당은 당쟁으로 사화를 일으켜 혼란을 낳았다. 그러나 당쟁은 자신의 ‘도’를 실현하려는 경쟁으로서,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 등용과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했다. 나아가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의의도 있다.(140자)
(2) 각 나라에서 인종적 차이는 대규모 갈등의 원천이다. 따라서 국가적 통합으로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인종을 묶는 것은 중요하면서 힘든 문제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를 끝냈지만, 이번에는 흑인 내 부족 간의 정체성 차이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곤 한다.(139자)
(3) 신흥 종교 단체는 주류 사회와 갈등을 일으킨다. 전통적 규칙과 권위를 부정해 갈등을 유발한 한 예가 크리스천 사이언스이다. 그들은 믿음의 치유력을 과신하여 전통적 의학 치료를 거부한다. 이때 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충돌하는 원리다.(131자)
(4) 전쟁이라는 가장 폭력적인 갈등은 계속 존재해 왔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더 큰 정치집단으로의 통합을 이루게 했고, 그것은 모든 분야에서 큰 진보를 낳았다. 그 진보는 갈등을 대체할 수단을 내놓은 국가 덕분에 가능했다.(135자) 우한기/일이관지 논술연구모임 대표
2005학년도 고려대 수시 1학기 언어논술 문제(2004년 7월24일 시행)
<제시문>
(1) 조선 중기에 이르러 향촌에 기반을 둔 사림(士林)이 중앙 정계에 대거 진출하여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림 세력은 강력한 훈구 세력과 대결할 때는 단결하였으나 훈구 세력이 무너진 뒤에는 자체 분열하여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붕당을 형성하였고, 붕당 간에 치열한 정권 다툼이 벌어졌다. 소위 당쟁(黨爭)이라고 불리는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은 여러 차례의 사화(士禍)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낳았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붕당 경쟁을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구양수(歐陽脩)는,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붕당을 이루는 소인과는 달리 군자는 도를 추구하기 위하여 붕당을 이룬다고 하였다. 본래 붕당이란 성리학에서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덕을 닦은 연후에 사람을 다스리라고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도(公道)를 실현하려는 정치집단이었다.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하였던 붕당정치는, 한정된 관직을 놓고 경쟁하던 당시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정치 형태였다. 그래서 윤휴(尹?)는 “붕당은 족히 천하를 어지럽게 하지만, 붕당을 싫어하여 없애버리면 천하를 망하게 하는데 이른다”고 하였다. 양반계급이 추구하는 권력, 지위, 명예 등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붕당정치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2) Most countries are populated by several distinct ethnic groups, and as many as half of all countries have experienced substantial conflict among such groups. Ethnic differences are the most important source of large-scale conflict within states, and they often cause wars between countries as well. Harmonious ethnic relationships are thus critical elements in achieving and maintaining social peace in most parts of the world. But the issue of creating a national identity that can unite peoples who think of themselves as members of different ethnic groups remains a burning question. Let's consider South Africa as an example. In 1994, the minority white government ended its policy of apartheid (racial separation) and yielded political power to the black majority under the leadership of Nelson Mandela and the formerly banned African National Congress(ANC)*. But black South Africans themselves often experience conflicts derived from differing tribal identities. As a result, there have been numerous episodes of conflict and violence between the larger tribal populations, such as the Zulus, and the members of the 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아프리카 민족회의
(3) As new religious groups emerge, it is common that tensions exist between them and the wider society. They not only exist outside the mainstream of society but also provoke resistance from it. New religious groups think old ways of doing things are at best obsolete, at worst evil. The very reason for their existence is to call into question the status quo. They defy conventional rules and question conventional authorities.
One such example of a new religious group coming into conflict with the mainstream society is Christian Science*. At the center of the controversy is Christian Science's belief in the healing power of faith, which has prompted its followers to refuse conventional medical treatment of their children for treatable diseases. What makes such conflict profound is not the conflict between the “rights” of the parents and the “interests” of society; rather, conflicting principles are at stake. Since Christian Scientists dispute the distinction of mind and matter that is prevalent in medical science, they argue that even routine diagnosis may “cause” a disease to occur. More problematic is the fact that the recognition of the medical “facts” of disease amounts to the refutation of the moral beliefs of Christian Science.
*Christian Science: 크리스천 사이언스
(4) Never in recorded history has there been a time when conflict didn't exist. The most violent form of conflict―war―refers to organized armed violence aimed at a social group in pursuit of an objective. Wars have existed throughout human history and continue in the contemporary world.
However, war is said to be partially responsible for creating the advanced civilization in which we live. Before large political states existed, people lived in small groups and villages. War broke the barriers of autonomy between local groups and permitted small villages to be incorporated into larger political units known as chiefdoms*. Centuries of warfare between chiefdoms culminated in the development of the state. The creation of the state in turn led to other profound social and cultural changes. Once the state emerged, the gates were flung open to enormous cultural advances, advances undreamed of during a regimen of small autonomous villages. Only in large political units was it possible for great advances to be made in the arts and sciences, in economy and technology, and indeed in every field of culture central to the great industrial civilizations of the world.
Thus war, in a sense, gave rise to the state. Interestingly, the development of the state reduced the amount of lethal conflict (i.e., death through war, execution, homicide, or rebellion) in a society by providing alternative means of dispute resolution. * chiefdom: 군장사회(君長社會)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답안은 한글로 작성할 것.
3. 논술문의 제목은 쓰지 말 것.
4. (인문계의 경우)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I은 각각 110~140자, II는 총 700±50자가 되게 할 것.
<인문계 문제>
I.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50점)
II. 네 개의 제시문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입니다. 각 제시문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50점)
<자연계 문제>
I.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각각 110~140자, 각 20점)
II. 네 제시문의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띄어쓰기 포함 110~140자, 2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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