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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9:12 수정 : 2005.07.14 19:17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형태로 시행된 전국 연합 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실제론 변별력이 잣대 가능성” 정운찬 총장도 채점 어려움 토로

창의력 평가 - 일회성 시험으로?
채점 객관성 - 교수마다 다른데…
학습 어디서 - 학교선 감당못해

서울대가 2008학년도 이후 입시에서 주요 전형요소로 제시한 통합교과형 논술이 온 사회를 ‘본고사 부활’과 ‘사교육 조장’ 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교과형 논술로 과연 ‘창의적 사고력 측정’이라는 평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1~2점까지 엄격하게 변별하는 채점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창의력이냐, 변별력이냐?”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통합교과형 논술로 평가하고자 하는 바를 “창의적 사고력, 분석적 종합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국·영·수 등 주요 교과 지식은 수능과 내신만으로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고교에서 다루고 있는 지식을 기초로 그것을 조합해 활용하는 능력을 봄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교육 전문가들은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일회적인 시험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민남 경북대 교수는 “세계 어떤 대학도 창의력을 보기 위해 별도의 지필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창의력이라는 개념은 뚜렷한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력은 논술시험 준비를 통해 길러지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10~15년 동안 커리큘럼과 그 목표에 따라 공부하면서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논술로 당락이 결정될 경우, 기술과 요령을 습득하기 위해 따로 연습해야 하는데 이 경우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약간의 기대효과 때문에 전 교육이 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부권 동국대 교수는 “서울대는 창의력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는 변별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결국 수능과 내신 1등급 가운데 우수 학생을 논술 점수로 가려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 창의력 평가 능력 있나?” =또다른 의문은 엄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채점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최근 ‘오전에 채점하고 점심 먹고 돌아와 보면 잘못 채점한 것 같아 점수를 고치는 경우도 있다’고 채점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김진상 박사(삼양에코너지㈜ 기술연구소장)는 “창의력은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이기에 창의적인 답안은 주류에 속하지 않는 소수의견일 수밖에 없다”며 “대학 교수들이 그런 채점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는 “채점하는 교수들이 학생의 창의성보다는 평균적인 중심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진경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도 13일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글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총역량을 기울여도 2008년까지 50~60%의 대입 반영률에 합당한 논술의 채점 신뢰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2008년 50~60%의 반영비율을 갖는 대입논술이 치러진다면 대학은 줄소송에 휘말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문제의 형식을 만든 뒤 채점의 공정성은 그 다음에 연구할 것”이라며 “현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에 따라 대응력 큰 차이” =서울대는 통합교과형 논술의 예로 “여러 각도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조선시대 사상과 동시대 유럽 사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을 들면서 “학교에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사와 논술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 지역의 박아무개 교사는 “외고나 과학고, 강남의 우수한 고교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의 심화 개념으로 이런 유형의 논술 지도가 가능하지만 주요대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이 적은 시골 지역 학교에서는 대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능 위주 교육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학교의 우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한기 일이관지 논술연구모임 대표는 “지금까지 출제된 어느 대학의 통합교과형 논술도 일선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며 “서울대의 예시 문항도, 제시문이 별도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학교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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