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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31 11:21 수정 : 2011.10.31 11:21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디베이트협회’ 사무실에서 황연성 교사가 디베이트 코치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1999년부터 디베이트 수업 진행 황연성 교사

토의·토론은 어릴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학교 현장에서 디베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1999년부터 디베이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업을 진행해온 교사가 있다. 서울 예일초등학교 황연성 교사다. 그는 지난 7월 <신나는 디베이트>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학교 현장에서 디베이트를 진행하려는 교사들에게 지침을 제공하고자 썼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디베이트협회’ 사무실에 특강을 하러 온 황 교사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나봤다.

디베이트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한 가지 논제를 놓고 찬성 쪽과 반대 쪽이 엄격한 규칙에 따라 벌이는 찬반대립 토론이다. 토론이 끝난 뒤엔 판정인이 승부를 가른다. 하지만 소수만이 겨루는 형식은 학교 현장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래서 디베이트의 장점과 기본형식을 살리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디베이트 학습 모형을 개발했다. 형식은 입론-반론-최종변론의 3단계이고, 반론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디베이트를 수업에 도입한 계기가 있을 텐데.

처음에는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는 방법으로서 토론학습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토론학습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참된 가치를 추구하면서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혀갔다. 이 모습을 보고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디베이트를 연구했다.

디베이트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디베이트는 참가자를 지성인으로 만들어준다. 올바른 가치를 탐구할 수 있는 논제로 디베이트 학습을 함으로써 가치탐구 능력이 신장되기 때문이다. 또 논제를 연구하고, 자기 쪽에 유리한 자료를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에서 찾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문제해결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디베이트는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능력과 함께 자료를 검색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성도 길러진다.


인성까지 함양한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데.

어느날 학급에서 한 아이가 별명을 부르는 다른 아이들 때문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싸움이 일어날 지경까지 갔는데, 이 문제를 디베이트로 풀었다. 논제는 “학급 친구의 별명을 불러 주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로 정했다. 아이들은 디베이트를 하면서 별명 부르기의 장단점을 스스로 파악했고, 그 뒤엔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교사가 곧바로 개입해서 “별명을 부르면 안 된다”고 훈계했다면 당시에는 수긍하는 척하겠지만 마음속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면 아이들은 선해진다.

한 반에 30명이 넘는데 디베이트 진행이 가능한가?

학교 교육은 뛰어난 몇몇 아이를 위한 엘리트 교육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데 3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모두 말할 기회를 제공하긴 쉽지 않다. 보통 단계별로 발언 시간이 5분 정도인 것을 고려해 한 명에게 20초 정도의 시간을 준다. 아이들은 짧은 시간에 논점을 축약해 발표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까지 해 온다. 미리 쓰고 6회 정도 연습한 뒤 표정, 목소리, 내용까지 검토한다. 조장을 중심으로 팀 연습까지 한다.

한 달에 몇 번 정도 하는지?

한 달에 한 번은 기본으로 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두 번 정도 한다. 그리고 도덕, 사회, 과학 등 교과 시간마다 토의·토론을 접목해 통합적으로 진행한다. 교과 수업 중에는 입론과 반론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하니 교과 진도도 빨라지고 아이들의 이해력도 높아져 학부모들이 매우 좋아했다. 한자, 음악 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왜 우리 반 아이들이 유독 이해력이 높은지 의아해했다.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은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디베이트 과정에서 글을 쓰나?

감상문을 쓰게 하는데, 아이들은 새로 알게 된 정보와 지식 또는 느끼거나 깨달은 점까지 쓴다. 논술과도 관련성이 깊은데, 논술이란 균형 잡힌 사고를 글로 옮기는 행위다. 토론을 하면 여러 관점이 나오므로 당연히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입론-반론-최종변론의 내용은 그대로 글이 되므로 쓰기도 쉽다.

논제를 학생들이 어려워하지는 않는지?

논제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여야 한다. 수준도 맞아야 한다. 참고할 자료가 많을수록 좋다. 아이들이 자료를 찾지 못하면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집 또는 수업시간에 가능한 주제가 좋다.

토론 학습이 성공하려면 중요한 게 무엇인가?

토론자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모두 옳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주장한 뒤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즉 상대주의적 생각을 바탕으로 논증적 사고를 해야 한다.

디베이트 학습 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디베이트는 상을 받거나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기본이다. 이것이 드러나지 않으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반박은 오류를 넌지시 지적해 새로운 앎을 열어주는 과정인데, 이기려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출처를 집요하게 따져 묻는 식으로 상대방의 약점만 공격한다면 감점 요인이다. 토론 태도가 좋아야 하고, 예절을 지키며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디베이트협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한다고 들었다.

정식 명칭은 ‘한국디베이트협회’다. 교과 및 인문학, 논술, 토론 수업 등을 진행하거나 입시전문가로 활동해오다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꾸자’는 뜻을 품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꾸린 단체다. 교육청에선 2014년까지 토의·토론 수업을 30%까지 확대할 방침인데, 아직 교사를 비롯해 학부모, 학생은 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전사회적으로 디베이트의 교육적 효과를 알릴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언젠가는 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디베이트를 도입해 수업하는 날을 기대한다. 글·사진 정종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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