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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7 18:44 수정 : 2005.07.17 18:49

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서너 살 가량의 아이들이 모여 소꿉놀이를 하는 장면은 어른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어쩌면 그렇게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인지. “여보, 내가 술 먹고 오지 말랬지, 아이구 지겨워.” 억양까지 흉내내는 모습이 앙증맞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런 역할놀이를 할 때 아이들이 반드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다르게 인식하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남녀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자신이 남성에 속하는지, 여성에 속하는지 어떻게 알게 되는 걸까?

아이들은 약 18개월 무렵에는 어렴풋이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인식하기 시작하고, 두 돌이 지나면 확실히 알게 된다. 아기가 이런 성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에는 주변 사람들이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아기 스스로가 자신의 해부학적 성기를 보고 남성인지 여성인지 깨닫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남성으로 대하는지 여성으로 대하는지에 따라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배워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성 정체성이 형성되고 나서 성 역할, 즉 남성답거나 여성다운 태도를 익히게 된다.

의학적으로 어린 시절 성 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외부 생식기가 모호해, 실제로는 여성인데 남성으로 오인돼 길러지다가 사춘기가 되어 큰 혼란을 겪게 되는 게 대표적인 보기다. 이때는 조기에 발견해 자신의 해부학적 성에 맞게 외부 생식기를 교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되도록 18~24개월 이전에 교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정신적 성 정체성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이전에 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좀더 커서 교정을 시도한다면, 이미 형성된 성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기가 어려워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된다.

한편,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으나 성 역할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유난히 반대의 성 역할을 선호하고 심지어 자신의 성 정체성마저 바꾸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부류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반대의 성이 되고 싶다고 소망하고 사춘기 이후에는 성 전환 수술을 하고 싶어한다. 아직 그 원인을 하나로 단언할 수는 없고, 생물학적·심리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가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반대의 성이 되고 싶은 생각에 집착해 병원을 찾는 때가 있는데,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닌 아이도 있으나, 치료가 필요한데도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아이가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고 생각되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자신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인지하고 각자의 성 역할을 주변으로부터 보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은 어른들의 생각처럼 그리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주변 사람들의 건강한 성 의식이 몹시 중요하다.  신의진/연세대 정신과 교수 yjshin@yum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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