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21 14:55
수정 : 2011.11.21 14:55
유성룡의 입시전망대
수험생 영역별 점수·대학 영역별 반영 비율이 중요 변수
12월20일 수시미등록 충원 끝나야 정시 인원 알 수 있어
정시 모집에 지원할 때 수험생과 일선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배치표라고 하는 장판지이다.
대한민국 입시에서 배치표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예전에 취재할 때 ‘배치표는 1976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당시 예비고사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 점수를 산출한 것이 시초였고, 이것을 모의고사기관에서 활용하면서 우리나라 대학입시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벌써 35년이 되었다.
그동안 배치표는 특히 1980년대 학력고사 시대부터 2003년 수능시험 총점 시대까지는 절대적인 위상을 가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수능시험이 선택형으로 바뀌면서 그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순 총점만으로 대학 지원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학이 수능시험을 반영하는 형태가 70가지가 넘어 총점만으로 지원 가능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수험생의 영역별 취득 점수와 수능시험 반영 형태와 영역별 반영 비율이 대학별로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서 단순 총점만으로는 지원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05년 12월 한 이러닝 업체는 입시설명회에서 배치표를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배치표의 운명은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능시험이 등급제로 변경되면서 다하는 듯했다.
그런데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딱 한 번밖에 시행하지 못한 수능시험 등급제를 폐기하고 점수제로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서서히 꺼져가던 배치표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에 더해 정시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시행하던 많은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시험 위주로 선발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수능시험에 기반을 둔 배치표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서울시교육청 등이 정시 모집 입학원서 접수 직전에 수능시험 점수에 따른 지원 가능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언론이 대학별 지원 가능 수능시험 성적을 공개하면서 수험생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갔다.
배치표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능시험 총점에 의한 획일적인 기준은 결코 정시 모집 지원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능시험 반영 형태와 영역별 반영 비율이 대학별로 다르고 수험생 개개인의 영역별 성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치표의 지원 가능 점수가 534점으로 동일하다고 해도 수험생이 취득한 영역별 점수와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에 따라 지원 시 유불리가 도표에서처럼 다를 수 있다.
영역별 만점자가 1%가 되도록 쉽게 출제되는 현 수능시험 체제에서는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과 수험생의 영역별 성적이 더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므로 배치표에 의한 지원 여부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꼭 희망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을 살펴보고 지원 가능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배치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배치표는 인문·자연 계열별 전체 수능시험 응시 인원과 배치 점수 급간별 모집 인원, 즉 성적 급간에 포함되는 대학 해당 모집단위의 정시 모집 정원, 그리고 과년도 대학별 합격자의 수능시험 성적 결과와 당해연도 수험생 표본 집단의 예상 수능시험 성적 결과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 모집단위별 최종 정시 모집 정원이다. 이는 계열별 상위 누적 인원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고, 그 누적 인원 비율에 따라 배치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간혹 누적 비율에 따른 예상 점수 자료를 보았을 것이다. 인문계열 상위 누적 0.3%가 언어·수리·외국어·사회탐구 영역의 총점이 몇 점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까지는 12월 중순 수시 모집 합격자 등록이 끝나지 않아도 대학별 정시 최종 모집 정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수시 모집에서 미등록 충원을 실시하지 않아 최근 몇 년 동안 정시 모집으로 이월된 인원을 추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학년도 정시 모집은 상황이 좀 다르다. 처음으로 수시 모집에서 미등록 충원이 실시됨에 따라 정시 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이 과연 얼마나 될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 정확한 2012학년도 정시 모집 정원은 오는 12월20일 수시 미등록 충원이 마무리되어야 알 수 있다. 이에 2012학년도 정시 모집 지원 계획은 지금 정하기보다는 12월20일 최종 정시 모집 정원이 확정되면 정하겠다는 방향으로 차분히 준비했으면 한다. 그러면서 배치표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가졌으면 한다. 이미 가채점 결과에 따른 배치표를 봐서 알겠지만, 단순 총점에 의한 배치 점수가 대학의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 비율을 적용한 점수에 차이가 있다는 점과 활용 점수가 표준점수냐, 백분위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입시기관마다 배치 점수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만약 배치표를 참조하고자 한다면 특정 배치표만을 참조하지 말고, 여러 개의 배치표를 조합하여 평균치를 참조하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입시 사이트 중에는 수능시험 영역별 점수를 넣으면 지원 가능 대학과 유리한 대학들을 알려주는 곳도 있으니 참조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표나 입시 사이트 참조도 12월20일 이후 대학별로 발표하는 최종 정시 모집 정원을 반영해서 봐야 한다. 만약 12월20일 이후 수정 배치표가 나오면 그것을 참조하길 바란다.
<함께하는교육> 기획위원/입시전문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