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8 19:02
수정 : 2005.07.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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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단국대 스포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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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운동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체벌이나 구타는 도를 넘어섰다. 학대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가혹하고 잔인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운동선수 10명 가운데 7명 정도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혹은 그 이상 얻어맞고 있다. 규율이 엄격한 군에서조차 점차 사라져 가는 폭력이 이처럼 학원 운동부에서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 승부지상주의 때문이다. 코치는 오로지 승리에 매달리고, 학교 쪽도 학부모들도 모두 승리를 지상 제일의 가치로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운동부는 목표를 향해 선수들을 다그치고 몰아세우게 된다. 더욱이 한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선생님의 매에 대해서 관대한 것도 운동부 폭력을 거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실 운동선수의 승리에 대한 압박은 전세계 대부분의 운동부에 존재하는 공통된 현상이다. 어느 나라, 어떤 선수든 이기기 위해 강한 근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구상 그 어느 나라의 운동부에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뤄지는 학원 스포츠 폭력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강점기를 통해 스포츠 폭력 문화를 우리에게 전수한 일본에서조차 학교 스포츠에서 선수에 대한 폭력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선수들에 대한 가혹 행위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선수에게 심각한 신체적·정서적 후유증을 남기고 결국 경기력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선수 폭력을 경계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폭력이 선수의 의타심, 미성숙함을 지속시키고 사회 적응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더욱 나쁜 형태로 폭력은 대물림된다.
운동선수에 대한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교육을 가장한 인권 침해이고 인권 유린이다. 맞은 선수가 때린 지도자나 선배에게 형사상 문제를 제기하면 그들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을 정도로 큰 사건이다. 선수 폭력을 일삼는 지도자나 이를 교묘히 조장하는 요소들은 체육계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 박봉과 불안정한 신분 등 어려운 처지에서 헌신적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는 많은 지도자의 명예와 긍지를 지켜줄 수 있다.
선수 폭력에 관한 한 서로에게 관대한 체육계 내부의 풍토에서 자체 정화 운동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선수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 이렇게 때리고 얻어터지는데 도대체 어느 부모가 운동을 시키려 하겠는가? 강신욱 단국대 스포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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