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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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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세미나] 난이도 수준 중2~고1
<군주론> 1. 군주의 통치자세
■ 책 소개
<군주론>마키아벨리 지음/강정인·김경희 옮김/까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걸 마키아벨리즘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책 <군주론>에서 나왔다. 우리는 <군주론> 하면 음모와 배신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는 <군주론>의 한 측면일 뿐이다. <군주론>은 여러 나라로 분열돼 외세에 휘둘렸던 이탈리아가 통일되기를 바라는 마키아벨리의 열망이 들어 있다. 또 과거 정치사상가나 철학자들이 자신의 이상에 현실을 꿰맞추려 했던 데 비해 <군주론>은 냉정한 현실 분석으로 정치 법칙을 끌어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했다. 정치는 도덕이나 종교와는 구분되는 정치 그 자체의 논리와 법칙이 있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은 근대 정치학의 시발점이라고 불린다. 우리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군주론>을 읽을 필요가 있다. ■ 풀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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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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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무력과 역량으로 얻게 된 신생 군주국을 분석하면서 마키아벨리는 “무장한 예언자만이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마오쩌둥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과 비슷하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자신의 역량으로 군주가 된 인물들 가운데 모세·로물루스(로마의 건국자)·테세우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의 영웅) 등이 가장 뛰어나다. 새 국가를 세우고 새 제도를 만들면 구질서에서 이익을 누리던 모든 사람들이 개혁자에게 적대적이 되는 반면, 새로운 질서로 이익을 누리게 될 사람들은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로 남아 있는다. 따라서 무장한 예언자는 모두 성공한 반면,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실패한다. 무장한 예언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밀어붙일 수 있다. 인민은 변덕스럽다. 그들은 한 가지 일과 관련해 설득하기는 쉬우나, 설득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민이 군주를 더 이상 믿지 않을 경우, 힘으로라도 믿게끔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평민 출신으로 기원전 4세기 시라쿠사의 왕이 됐던 아가토클레스는 수없이 배신과 잔인한 일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나라를 안전하게 오랫동안 통치할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아가토클레스가 “가해 행위는 단번에, 시혜 행위는 천천히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가해 행위는 모두 일거에 저질러야 그 맛을 덜 느끼기 때문에 반감과 분노를 작게 일으킨다. 반면에 은혜는 조금씩 베풀어야 그 맛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 건 시민형 군주국이었다. 일개 시민이 사악한 방법이나 폭력이 아니라 동료 시민들의 호의에 의해서 군주가 되는 게 시민형 군주국이다. 시민형 군주가 되는 데는 인민의 호의에 의한 방법과 귀족의 호의에 의한 방법이 있다. 귀족의 도움으로 군주가 된 사람은 인민의 도움으로 군주가 된 사람보다 권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군주와 대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 군주가 원하는 대로 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인민의 지지를 받아 군주가 된 사람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 주위에 반대할 인물이 없거나 있어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해는 일거에, 시혜는 천천히 따라서 인민들의 호의로 군주가 된 사람은 그들의 환심을 계속해서 사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민들이란 단지 억압당하지 않는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이 일은 어렵지 않다. 군주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인민들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경에 처했을 때 속수무책 상태에 빠진다. 이처럼 다양한 군주국의 행태를 설명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2장에서 모든 군주국이 채택할 수 있는 공격과 방어의 일반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법과 좋은 군대다. 좋은 군대가 없으면 좋은 법을 가지기 불가능하고, 좋은 군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좋은 법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여러 나라들은 용병을 사용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용병과 원군(援軍)은 무익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한다. 군주는 유능한 용병대장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자는 고용주인 군주를 공격하거나 군주의 의사에 반해서 다른 자들을 공격함으로써 오직 자신만의 권력을 열망하기 때문이다. 만약 용병대장이 평범하다면 군주는 당연히 몰락한다. 군주는 최고 통수권자로서 친히 군대를 인솔해야 한다. 만약 공화국이라면 시민을 장군으로 파견해야 한다. 파견된 장군이 유능하면 그가 월권하지 않도록 법적인 통제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원군, 즉 외국의 지원군 역시 쓸모없다. 그들이 패배하면 군주는 몰락할 것이고, 그들이 승리하면 군주는 그들의 처분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외국 군대를 이용해 얻은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로마제국은 고트족을 용병으로 이용하면서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무력에 근거하지 않는 권력의 명성처럼 취약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는 격언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 자신의 무력이란 자국이 신민 또는 시민, 아니면 자신의 부하들로 구성된 군대를 말하며,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용병이나 원군이다. ■ 마치질 좌절된 마키아벨리의 출세 욕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쓰인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우선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출세하려는 개인적 욕구에서 비롯됐다. 1469년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어릴 때부터 착실한 교육을 받아 29살에 피렌체의 제2장관직에 올랐다. 당시 피렌체는 공화정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외교와 군사 부문에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1512년 공화정이 무너지고 메디치 가문이 복귀하면서 관직을 잃었다. 1513년 2월에는 메디치 가문에 반역을 꾀했다는 혐의로 투옥됐다. 3월 석방된 마키아벨리는 그해 7~12월 사이에 <군주론>의 초고를 집필했다. 메디치가에 잘 보여 관직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군주론>에는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로렌초 데메디치 전하께 올리는 글’이라는 헌정사가 붙어 있는데 “최근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지속적 경험과 꾸준한 고대사 공부로 배운 위대한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지식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전하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바치려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마키아벨리가 1513년 12월 당시 교황청 대사로 주재하던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보낸 편지는 더 노골적이다. “이 책을 바치고자 하는 이유는 제가 곤궁한 처지에 봉착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으며, 현재의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빈궁함으로 인해서 경멸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메디치 군주들이 비록 저에게 돌을 굴리는 일(아주 사소한 일-편집자 주)부터 시작하라고 해도, 저를 채용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한데 로렌초 데메디치는 <군주론>을 들춰보지도 않았다. 마키아벨리의 계획은 좌절된다. 그는 고위직은 얻지 못했으며 말년에는 하급공무원 생활을 했다. 한데 1527년 메디치 정권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재건됐다.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공화주의자였으나 메디치 정권에서 하찮은 일이라도 했다는 이유로 공직을 맡을 수 없었다. 실의에 빠진 마키아벨리는 1527년 6월22일 숨졌다. 1532년 <군주론>이 출판됐다. 그러나 단지 마키아벨리가 개인적 욕구만으로 <군주론>을 저술한 건 아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의 영광이 서린 땅이다. 그러나 서로마 제국이 서기 476년 게르만의 용병 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한 뒤 형편없는 곳이 됐다. 마키아벨리 생존 당시 이탈리아는 중부의 교황령과 피렌체 공화국, 남부의 나폴리 왕국, 북부의 베네치아 공화국과 밀라노 공국 등 크게 5개로 분열되어 있었다. 이탈리아는 강력한 중앙집권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던 스페인과 프랑스 등 외세의 각축장이 돼버렸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스라엘인들보다 더 예속되어 있고, 페르시아인들보다 더 억압받고 있으며, 아테네인들보다 더 지리멸렬해 있는데다가 인정받는 지도자도 없고, 질서나 안정도 없으며, 짓밟히고 약탈당하고, 갈기갈기 찢기고, 유린당하여, 한마디로 완전히 황폐한 상황에 있습니다.” (<군주론> 26장 ‘야만족의 지배로부터 이탈리아의 해방을 위한 호소’)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권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탈리아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봤던 것이다. ■ 담금질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한 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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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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