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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에 열광하는 청소년들
남들 다 입으니까…군중심리 있어
우월감, 소속감 동시에 느끼게 해
성적 낮은데…브랜드로 자존감 회복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스포츠의류 코너에는 청소년들로 유독 북적이는 매장이 있었다. 다름 아닌 노스페이스 매장이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씨는 “최근 들어 자녀에게 패딩을 사주려고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은 25만원에서 70만원까지 적잖이 비싸지만 부모들은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노스페이스를 구입한다. 노스페이스 열풍이 불자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우리 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청소년들에게 노스페이스는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들은 왜 이 브랜드에 열광할까?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가 노스페이스에 열광하는 청소년 문화를 살펴봤다.
“노스페이스요? 노는 형, 노는 친구들이 많이 입죠. 왠지 멋져 보이잖아요.”
충남 공주 ㅂ중학교 3학년 노아무개(16)군은 얼마 전 노스페이스에서 나오는 45만원짜리 검정 패딩을 구입했다. 값이 비싼데도 이 옷을 구입한 이유를 묻자 노군은 “따뜻하고 멋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군처럼 남학생들은 ‘잘나간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어 이 브랜드의 옷을 입는 일이 많다. 이른바 노스페이스는 ‘잘나가는 아이들’의 상징이라는 얘기다. 노군은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날라리들만 떠올렸지만 요즘 학생들에게 잘나간다는 것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놀고, 집도 어느 정도 잘산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잘나가는 아이’로 보이기 위해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걸치려면 최소 25만원이 든다. 의외로 이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청소년도 있다. 공주 ㅅ고등학교 2학년 이아무개군은 “노스페이스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할 때 경제적”이라고 했다. “제가 구입한 노스페이스 패딩은 25만원인데 ㅋ사나 ㄴ사의 비슷한 패딩은 훨씬 더 비쌉니다. 남들이 많이 입으니까 품질에서 믿음이 가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 구입하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 노스페이스를 입는다고 하면 검정 점퍼를 떠올리지만 이 브랜드를 입고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하는 청소년도 있다. 공주 ㄱ고등학교 1학년 노아무개군은 “노스페이스에는 타 브랜드와 달리 디자인이 다양하다”고 했다. “700시리즈, 800시리즈, 900시리즈 등 여러 모양과 색깔의 패딩이 나오고 있어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노스페이스 패딩은 따뜻하면서 날씬해 보이게 하는 실용적인 옷이기도 하다. 공주 ㅈ고등학교 2학년 정아무개군은 “보온성도 좋고, 뚱뚱해 보이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학생들이 말하는 노스페이스의 좋은 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학생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한 가지 ‘매력 포인트’도 있다. 언제부턴가 많은 학생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이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대다수 사람들이 소속된 그룹에 속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재벌이나 입는 최고급 명품은 구입할 엄두를 못 내지만 할부로 구입이 가능한 수준의 중가 명품은 하나쯤 구입해 “나도 이 정도는 갖고 다닌다”고 안도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최하 25만원대 노스페이스는, 비싸지만 더 값이 나가는 명품보다는 그래도 구입 가능한 수준에서 학생들한테 소속감, 나아가 안도감을 선사하는 고마운 물건인 셈이다. 경기 안성 가온고 2학년 장지영양은 중학교 때 입던 노스페이스를 고교에 올라와서도 입고 있다. 장양이 입는 옷은 흔히 ‘바람막이’라고 하는 재킷이다. 장양은 “중학교 때는 품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냥 대세를 따라서 샀다”고 했다. “한창 사춘기 때니까 친구들과 똑같아지고 싶었고, 친구들이 입는 걸 같이 입지 않으면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이 들었죠. 남들 다 입는데 혼자만 안 입으면 소외감이 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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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청소년들의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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