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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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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세미나
〈자본주의와 자유〉 2.자본주의와 차별, 사회적 책임
■ 책 소개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변동열 옮김/청어람미디어 우리는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막상 신자유주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른다. 이것의 정체를 알려면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을 읽으면 된다. 1962년에 나온 <자본주의와 자유>는 프리드먼의 대표작으로, 국가가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을 때 경제는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가며, 각종 규제·노동자 보호·사회보장은 우리의 자유를 박탈하고 모두를 가난하게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처음에는 이단으로 취급받았으나,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면서 살아생전에 소수파에서 주류가 되는 영광을 맛봤다. 한데 그가 죽고 불과 2년 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프리드먼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그의 명성에도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 풀무질 전세계 대부분 나라는 종교·인종·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을 못 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한데 밀턴 프리드먼은 이런 차별은 나쁘지만 법적으로 강제해서 금지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은 자기 생각을 가질 자유가 있는데 국가가 개입해 강제하는 건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의 해결책은 시장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특정한 종교집단·인종집단·사회집단이 경제활동에서 특별한 불이익을 받는 정도, 차별대우를 받는 정도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계약제도가 신분제도를 대체한 것이야말로 중세에 농노해방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유대인들이 박해를 받았지만 중세에 살아남았던 것은 시장의 존재 덕분이었다. 미국 남부에서도 흑인들을 차별했지만 그들의 부동산이나 동산 소유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이는 흑인을 배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유재산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너무 강해 흑인을 차별하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빵을 사먹는 사람은 빵의 재료가 되는 밀을 재배한 사람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기독교인인지 유대인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밀 경작자는 그가 고용한 사람들의 피부색, 종교, 그 밖의 특성들에 대해 지역사회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와 무관하게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입장에 있다. 인종차별은 기호의 문제다? 한데 자유시장을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소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흑인에게 물건을 사지 않으려거나 흑인과 함께 일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힌다. 반대로 피부색이나 종교가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재화를 더 싸게 살 수 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은 그 차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여기까지 설명한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유로운 토론에 기반하고 있는 사회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은 그들의 기호가 나쁘며 그들의 견해와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노력하는 것이지 강제력을 동원하여 나의 기호나 태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뿌리 깊은 가치관과 신념을 법으로 손쉽게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다.” 미국은 인종·피부색·종교 등을 이유로 고용 차별을 막는 공정고용실행위원회가 있다. 프리드먼은 “이는 서로 자발적 계약을 맺으려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고용주들이 고용 여부를 결정할 때 기술적·신체적 생산성과 무관한 인종·종교·피부색 등을 고려했다면, 이는 소비자들이나 다른 피고용자들의 선호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기업가가 소비자를 의식해 행동하는 건 당연하다는 말이다. 인종차별도 시장에 맡기라고 강조하는 프리드먼은 그 어떤 독점도 비판한다. 한데 그는 국가와 노동의 독점(노조)에는 아주 비판적이지만 기업 독점에는 관대하다. 프리드먼은 독점을 산업에서의 독점, 노동시장에서의 독점, 정부에 의한 독점으로 나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독점하면 대기업의 독점을 생각하지만 프리드먼은 다르다. 그는 기업 독점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여러 독점 가운데) 어지간하면 사적 독점이 그나마 가장 덜 나쁜 것일 수 있다는 것이 내 결론”이라고까지 말한다. 노조는 전체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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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309일간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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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질 밀턴 프리드먼이 흑인이었다면? 1957년 오스카상 각본 부문에 로버트 리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리치는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는 가짜였기 때문이다. 각본을 실제로 쓴 사람은 돌턴 트럼보였다. 트럼보는 1950년대 초중반 매카시즘이 미국을 휩쓸 때 좌익으로 몰렸던 시나리오 작가였다.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힌 트럼보는 가명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제작자도 사실을 알았지만 각본이 좋으면 영화 흥행에 성공하므로 좌익 작가들이 쓴 시나리오를 사들였다. 로버트 리치를 “스페인에 사는 턱수염 기른 젊은이”라고 우겼던 제작자 프랭크 킹은 나중에 진실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 회사의 주주들에게 가능한 한 제일 좋은 각본을 사들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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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익 민병대원들은 유색인을 그려놓은 종이를 사격 표적지로 사용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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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금질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이 없다” 지난해 4월 국세청은 시도상선 권혁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로 4100억원을 추징했다. 그가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세피난처는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카리브해 케이맨 군도가 대표적이다. 국세청 조사를 받았지만 권 회장은 당당했다. 그는 거리낌없이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 입장을 강조했다. “ 세금을 덜 내려고 하는 건 기업의 본능이다” “우리 회사는 한국 조선소에서 최근 5년간 선박을 3조7000억원어치 구입했다. 수출용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배의 보험료도 1년에 100억원 넘게 들어준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 권 회장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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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로 고발된 시도상선의 권혁 회장이 지난해 7월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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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아래 글을 읽고 권혁 회장의 주장과 비교해 보시오. (600자) (…) 대선업(貸船業)을 개척하려고 세금이 적은 나라를 찾아 사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권혁 회장)의 항변이 납득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2시간 동안 들으면서 그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었다. 그에게 국가라는 것은 자신이 편한 대로 옮겨 다니는 패스트푸드점과 같아 보였다. (…) 나라가 존재하기 때문에 밤에도 발 뻗고 잘 수 있는 치안이 확보되고,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는 국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가 좋아하는 병원의 의사가 나올 수 있게 교육해 주는 것도 국가다. 그가 해운사업을 하면서 활용한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도 국가 재정에서 나온다. 그래서 온 국민, 기업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국가도 호혜성이 있을 것이다. 사랑은 희생이 있어서 아름답다. 그런데 권 회장에게 국가는 받는 대상일 뿐 주는 대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한국 사람이되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2011년 4월13일 ‘기자수첩’ 2.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귀화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이 사우나에 들어가려다 거절당했다. 이 여성은 “사우나 주인이 내가 에이즈에 걸렸을 수도 있다”며 출입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나 주인은 “개인적으로 외국인을 전혀 차별하지 않지만, 이 동네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많아서 나이 많은 여성 손님들이 싫어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며 “사회적 인식이 이런 상태에서 영업을 하는 나에게 왜 외국인 손님을 차별하느냐고 따지면 곤란하지 않냐”고 반박했다. 이 사건을 인종차별에 대한 밀턴 프리드먼의 관점에서 분석하시오. 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안을 제시해 보시오. (1200자) 3. 법인세를 없애고, 누진세를 폐지해 모든 사람이 23.5%의 정률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에 관해 찬반 입장을 밝히시오. (8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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