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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0 15:33 수정 : 2005.07.20 15:42

피자배달 오토바이 아르바이트 진수(고3·가명).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고3 진수의 알바…시급 2500원에 1회 배달시 300원 추가

보기만 해도 아찔하게 자동차 사이로 빠져나가는 배달 오토바이.

헬맷 하나에 의존한 채, 30분 내에 배달하겠다는 회사의 광고처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건다. 진수(고3·가명)도 얼마전까지 피자배달 오토바이를 운전했다. 늘 사람은 적고 배달은 많아 방과 후부터 밤10시까지 배달을 하고, 점장이 쉬라고 한 날 이외에는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는 진수는 배달 아르바이트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힘들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말했다.

진수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진수가 처음 만났던 오토바이는 20만원 중고 스쿠터였다. 당시 오토바이가 그저 멋있어 보였던 진수는 무면허로 운전을 시작했다. 진수는 어머니에게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노량진, 중앙대, 영등포 일대를 돌아다녔다. 친구 여러 명과 함께 오토바이를 탔기 때문에 경찰차가 보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오토바이가 너무 갖고 싶어 오토바이를 훔치기도


오토바이에 대한 욕심이 커져가던 진수는 급기야 다른 사람의 오토바이를 훔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 진수는 경찰에 붙잡혀 보호감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토바이에 대한 진수의 마음을 오히려 더욱 커져갔다. 그래서 진수는 당당하게 오토바이를 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오토바이 면허증에 매달렸고 2학년이 되어 면허증을 취득했다.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이유도 돈을 모아 좋은 오토바이를 사기 위함이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오토바이가 멋있어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마음이 오래가지 않더라구요. 막상 면허증을 따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마음이 유치하게 느껴졌어요. 지금 폭주족이라고 불리는 아이들 대부분이 중학생이예요. 오토바이 처음 타는 애들이 그러고 다니죠.“

진수는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 어머니를 속여야 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선 부모님의 동의서가 필요했다. 진수는 차마 배달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피자집 주방에서 일하겠다고 어머니를 속여 동의서를 받았다.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배달하다 힘이 들어 사고를 낼 뻔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학교가 끝나고 오후4시부터 밤10시까지, 주말에는 오후1시부터 밤10시까지 피자를 배달하고 나면 온몸에 기운에 빠졌다. 최고 하루에 12군데까지 배달을 갔다는 진수는 시급 2500원에 1회 배달시 300원의 추가 임금을 받으며 피자를 배달했다.

“배달할 때 가장 위협적인 건 신호 안지키는 차들이예요. 제가 일하던 피자집은 30분이내에 배달하지 않으면 2000원을 할인해줘야했기 때문에 점장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차 사이로 마구 운전을 하기도 했어요. 같이 일하던 친구 중 한명은 코너를 돌다가 쓰러져서 발가락이 2개 부러지고 쇠골뼈까지 부러져서 아예 1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어요.”

피자배달 오토바이 아르바이트 진수(고3·가명).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진수에게도 2번의 사고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져 골반이 깊게 파인 사고를 당했다. 결국 단돈 5만원에 부서진 오토바이를 팔아야 했다. 그리고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당시 넘어져 무릎에 심한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그나마 대기업 밑에서 배달하면 다쳤을 때 병원비라도 받는데요, 일반 중국집 같이 개인이 하는 곳에서는 배달하다가 다쳐도 치료비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토바이에 대한 환상을 접고 요즘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진수는 자신의 용돈은 자신의 손으로 벌고 싶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외삼촌과 함께 사는데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랑 어머니, 그리고 저 밖에 없어요. 할아버지는 배달용역하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세요. 외삼촌은 앞을 보실 수 없어서 일을 하시지 못하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제 학비부담하시는 것만으로도 어려워하세요.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적어도 제 용돈만큼은 어머니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요.”

요즘엔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적금까지 붓고 있다는 진수가 무척이나 어른스러웠다. 진수는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맹인학교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느꼈던 마음을 자신의 직업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수는 지금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곳에서 자신이 성인이 되면 정직원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 요즘엔 차에 관심이 간다는 진수의 말에,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말로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를 마쳤다. 최룡훈 기자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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