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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 권리를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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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수능이 끝나고 방학인 요즘, 많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 노동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그들의 노동실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청소년들은 노동시장에서 값싼 임금으로 일을 부리기 쉬운 계층이 돼 ‘밑바닥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고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사례1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김다빈(19)양
수능이 끝난 후 한 유명 캔디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말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시급 5000원을 받는 첫 알바는 쉽지 않았다. 주말에다 12월이라 캔디가게가 대목을 맞아 손님은 쏟아져 들어왔지만 직원을 더 뽑아주지 않았다. 가게에 의자가 없어 나는 밥 먹는 시간 외 8시간 내내 서 있는데, 사장님은 옆집 사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자주 쉬고 왔다. 끝나고 정산을 했는데 금액이 판매량과 맞지 않자 내 잘못이라며 시급에서 깎았다. 일의 강도가 너무 셌지만, 잘릴까봐 말은 못했다. 그나마 돈도 안 주면서 근무시간 외 일을 시키거나 아저씨들이 회식 때 같이 가서 술 먹자고 자꾸 치근거려 짜증난다는 친구들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어려 보인다고 다짜고짜 반말을 하거나 자기가 실수해놓고 떼쓰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힘들다.
사례2 사장님은 처음부터 다 잘했나요? -조아무개(19)군
지금까지 고깃집에서만 두 번 아르바이트를 했다. 처음엔 경험이 없다고 시급 4000원을 받았는데, 사장님과 싸우고 그만뒀다. 사장님은 어떤 날은 4시에, 어떤 날은 6시에 나오라고 했다. 실수라도 하면 쌍욕을 퍼붓고 근무시간을 정해 달라고 하니까 일도 못하면서 따지냐고 화를 냈다. 그 뒤로도 사장님의 폭언은 이어졌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전에 얼마 받았냐고 묻고 수습이라며 시급 4300원을 줬다.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서빙은 물론 숯불 준비, 불판 닦고 설거지까지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얼마 뒤 전에 일하던 직원이 복직을 해 한명을 잘라야 하는데, 나더러 대학 준비해야 하니까 그만두라고 했다. 한 달은 채우겠다고 말한 뒤부터 일을 심하게 시켰고, 직원들은 뒤에서 쑥덕거렸다. 내가 못 버티게 해서 스스로 나가게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결국, 한 달을 채우고 그만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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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르바이트 경험 유무·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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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보단 낫지만 정책 개선해야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 임동헌(39) 교사는 “근로감독관이 1년에 두 번 점검을 하지만, 인원이 부족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노동청에 진정을 내면 조사를 해서 사법기관에 사업주를 고발할 수 있는데도 합의처리 해버리거나 무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주는 걸리면 돈만 주면 되니까 법대로 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도입한 ‘안심알바신고센터’도 아직은 미비한 상태다. 안심알바신고센터는 각급 학교에 설치돼 학교에 배치된 전담교사가 수집한 피해사례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전담 근로관에게 전달하면, 이들이 센터와 연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전국의 104개 학교에 설치돼 운영중이다. 하지만 노동청과 교육청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적극적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관리감독은 일단 진정을 내면 양쪽 모두 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사업자에게 시정지시를 하고 있다. 또 안심알바신고센터는 올 하반기부터 교육청과 적극 협조해서 각급 학교에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일부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본부에 개선사항을 촉구해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진정 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안심알바센터를 적극 홍보하고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설치해 아이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합의 요구보다는 관리감독 인원을 확충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노동 가치를 갖고 자라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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