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이슈에 관해 토론·발표하는 활동은 논리적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란 기자
|
[함께하는 교육] 논술은 생활 속 이야기로 인간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다
흥미·재미가 글쓰기 제1법칙제시문 비교하며 독해력 키워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주요한 화두다. 암기·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목적으로 도입한 논술이 수험생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 공교육에서 논술 교육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논술을 시행한 탓이다. 고등학교에서 21년간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2001년 퇴직한 한효석씨는 “입시를 위한 논술은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꿈꾸는 논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논술 시험처럼 시험시간과 원고량에 제한을 두지 말고, 어떤 조건도 달지 말아야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행복한가’와 같은 논제처럼 문학·철학·인문학 지식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문제를 출제한 뒤, 형식과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주장을 모두 반영하기엔 한계가 많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씨도 우리나라 현실에선 자신의 주장이 아직은 ‘꿈’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대학이 채점하기 편하게 시험을 내려 하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롭고 매우 형식적인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시험 치르는 기계가 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대학을 가기 위해선 논술 시험을 치러야 한다. 제대로 된 논술 교육과 대학 입시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어떻게 논술을 준비할까? 독서, 논술 교육 전문가들은 고3 때 본격적으로 논술을 준비하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 이전까진 독서와 토론으로 배경지식을 쌓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쓰기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임성미씨는 글쓰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흥미’와 ‘재미’를 꼽는다. 정현미 영남사이버대 논술지도학과 교수도 이 점을 특히 강조했는데, “논제 위주의 글쓰기를 억지로 진행하다간 아이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서술·논술형 답안만 작성하는 수준으로 지도하며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정 교수는 “‘시사 요소를 끌어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 <지식채널e>와 같이 짧지만 시사적 요소가 강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권한다. 임씨도 아이들이 즐겨 보는 개그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다큐, 뉴스 등을 활용하고 있었다. 임씨는 “한국방송(KBS)에서 방영하는 개그프로그램의 정치 풍자 코너를 활용하기도 하고, 한창 잘나가던 연예인이 탈세를 저질러 하차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토론과 글쓰기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모든 학습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글쓰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다음엔 독해력을 기르고 배경지식을 쌓도록 도와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신문읽기’를 추천한다. 임씨는 “매일 새로운 사건이 실리는 신문은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읽기 연습을 시키기에 최적의 자료”라며 특히 “‘성향이 다른 두 개 이상의 신문을 보면서 관점이 다른 까닭을 생각하는 과정이 축적된다면 상대방 논리를 반박할 논리를 쉽게 세울 수 있고, 자신의 논리도 정교하게 다듬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신문읽기의 장점으로 “독서·논술 교육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므로 시사와 떠나선 의미가 없다”며 “시사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해 접근하는 방법을 익히기에 신문이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고등학생이 돼도 독해력을 키우고, 배경지식을 쌓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논술에만 힘을 쏟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논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언어영역을 공부하면서 논술의 기초체력을 기를 것’을 제안한다. 한씨는 “보통 논술 시험에선 제시문이 5개 나오는데, 언어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제시문을 비교하는 훈련을 하면서 출제 의도를 파악하면 논술 준비도 아울러 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제시문을 어떻게 비교·파악할까?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정독이 필수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는 “하나의 제시문이라도 자기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제시문을 꼼꼼히 읽고 결론을 먼저 쓴 뒤, 그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들었던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이 주효하다”고 설명한다. 안 교사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쓴 글의 뼈대가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문제점을 찾기 쉽다”고 말했다. 제시문과 지문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다. 고3 땐 좀더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3학년은 시험이 임박해 논술 스트레스가 크다. 안 교사는 “가장 중요한 3월 모의고사 이후 급속하게 페이스가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2월엔 기출문제에 집중하고 3, 4월에 수능을 위한 기초학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5월 중간고사 이후에 논술 감각을 회복한다는 생각으로 논술을 준비하다가 방학이 시작되는 7월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3 때 논술에 집중한다하더라도 평소에 독서를 게을리했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임성미 독서 교육 전문가는 “초·중학교 때에는 배경지식과 독해력이 중요하다”며 “부분 지문보다는 완결 작품을 읽고, 시대배경, 작가, 사상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차분히 앉아서 독서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안 교사는 “<한겨레21>, <주간조선>, <주간동아> 등 시사주간지에서 안내하는 책소개를 읽고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며 “책을 읽은 뒤 토론하기와 독후감 쓰기 등을 통해 책을 소화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사는 “이런 과정이 모두 글을 쓰기 위한 영혼의 근육이 된다”며 읽기는 논술 시험을 보기 전까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미 교수는 “아직 책을 고르기 어려운 중학생이라면 교과서 안 작품이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논술 자료를 활용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