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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4 16:09 수정 : 2005.07.24 16:24

하늘을 향해 손을 치켜든 플라톤과 땅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의 형이상학과 경험적 현실론을 종합해 낸 철학자다.  출처: <라파엘로>(서문당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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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라파엘로의 벽화 <아테네 학당> 중앙에는 플라톤과 그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묘사되어 있다. 제자는 스승이 하늘을 향해 치켜든 손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오른손 바닥 전체로 땅을 가리키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래로 이것을 흔히 플라톤의 이상주의적인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주의적인 사상을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스승을 향한 제자의 시선에 주목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과 조화를 관찰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야말로 스승의 형이상학과 경험적 현실론을 종합한 철학자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그 어느 저작보다 중요하다. 정치라는 인간사에서 매우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이 학문은, 형이상학(그 자신은 ‘제일 철학’이라고 불렀다)의 개념적 틀에 의존하면서 다른 한편 현상 관찰과 경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론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첫 장에서부터 사람들의 통념을 비판한다. 흔히 국가의 위정자, 가정의 가장, 단체의 우두머리를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의 것으로 보아 이들의 차이가 다스리는 사람 수에 따른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가족과 작은 국가를 유사한 것으로 보는 것도 비과학적이다. 그는 모든 학문 탐구에서 그러하듯 “국가를 연구하는 데서도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분석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야 각 공동체들 사이의 막연한 유사점이 아니라, 엄밀한 이치에 바탕을 둔 ‘차이’를 파악하고 국가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학>이 제시하는 기초적인 가르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다른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결론에서 “이제 입법과 국가 체제에 관한 연구를 함으로써 우리의 힘이 미치는 데까지 인간성에 대한 철학을 완성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정치학이 윤리학의 연장일 뿐 아니라, 오히려 윤리학을 포함하며 인간학의 핵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고찰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나오는 두 문장은 그 간단 명료함과 인식적 효과로 인간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도 인간을 정의하는 표현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유일하게 언어를 지닌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나서 곧바로 인간을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한 것은 각별하다. 이는 의미상 ‘이성을 지닌 동물’임을 내포하며, 역사적으로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는 표현의 기원이기도 하다. 그의 말에는, 매우 감각적인 신체의 부분인 혀를 움직이지만 그것으로 ‘의미의 소리’를 내고 합리적인 공동체를 창조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모습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을 담은 말을 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공동의 공간을 창조하며 그 가운데 하나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그리스의 정치공동체 폴리스인 것이다.

이에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건 정치 공동체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탐지하는 센서는 바로 이성적 판단을 담은 말을 하는 정치인들의 존재일 것이다. 이 점에서 위정자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이 쓴 <정치학>을 오늘 다시 읽는 의의가 있다.  영산대 교수 anemo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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