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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 서울동명초등학겨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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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지난해 나의 제자 황도웅은 꼴찌로 우리 반에 들어와서 단 한 차례도 꼴찌를 벗어난 적이 없다가 꼴찌로 당당하게 우리 반을 떠났다. 공부라면, 지난 1년 동안 하느님께 맹세코 나는 제자 황도웅에게 보태 준 게 없다. 그렇다고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도웅아, 공부 좀 하자, 응?” 하고 권유했을 때 제자 황도웅은 가차 없이 거부했다. “싫어. 나 공부하기 싫어!” 황도웅은 지난해 제자 가운데 내게 반말 짓거리를 해댄 유일한 녀석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꼴찌 황도웅이 귀여웠다. 나는 황도웅에게 보태 줄 것이 없어 그냥 놀아 주면서 녀석을 사랑했다. 한번은 공부 시간에 황도웅이 내 흉내를 내며 은근슬쩍 날 놀려 먹은 적이 있다. “누가 감히 선생님을 놀려 먹니?” 하고 나무랐을 때, 우리 반 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황도웅이요. 선생님 아들이요!” 해서 내가 놀라 펄쩍 뛰며 물었다. “황도웅이 어째서 선생님 아들이야?” 하니까 우리 반 제자들이 소리, 소리 질러대며 항변했다. “황도웅만 선생님한테 반말하잖아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황도웅을 예뻐하잖아요! 우리도 선생님한테 반말하면 안 돼요?” “너희들은 안 돼!” “왜요?” “황도웅은 선생님의 진짜 제자잖아.” 그러자 우리 반 제자들은 그만 풀이 팍 죽고 말았다. 황도웅이 나의 ‘진짜 제자’가 된 사연은 이렇다. 5교시 시작종이 쳤는데도 제자들이 어찌나 떠들며 난리법석을 쳐대는지 나는 그만 넋을 잃고 서 있었다. 공부하자고 다그치지 않으면 집에 갈 때까지 계속 난리를 칠 기세였다. 참다못해 제자들을 꾸짖고 잔소리를 끓여 부으며 공포탄 한 방을 쏘아 올렸다. “너희들처럼 말 안 듣는 제자는 보다보다 처음이다. 안 되겠다. 나 내일부터 너희들 선생님 안 한다. 나 내일 전학 간다!” 이러자 찬물을 끼얹어 놓은 듯 교실이 고요해졌다. 나의 제자들은 두 부류로 급격히 나뉘었다. ‘선생님이 전학을 가? 농담 아닐까?’ 하는 부류와, ‘선생님이 전학을 가? 심각한 일이야. 이를 어쩌지?’ 하는 부류였다. 그때 꼴찌 황도웅이 처절한 목소리로 절규하며 고요한 교실 공기를 갈랐다. “가지 마! 선생님, 전학 가지 마!” 이래서 나는 전학가지 않았고, 홀로 전학을 저지한 황도웅은 나의 ‘진짜 제자’가 되었다. 올해 스승의 날 황도웅이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나는 황도웅의 편지를 읽고 감격했다. 거기엔 이런 문장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작년에 선생님이 저를 사랑해 준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송언/서울동명초등학교 교사 so1310@chol.net ◇ 알림=이번 주부터 송언 교사의 글을 이상대·김권호 교사의 글과 번갈아 싣습니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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