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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4 18:29 수정 : 2005.07.24 18:31

이승희/ 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시로보는 아이들 마음

둘레에 있는 나무, 벌레, 짐승들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를 아이들에게 자주 권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그런 일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동물은 움직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늘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나무나 풀이 무엇을 느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사람만 말하고 느끼는 줄 알았다. 그래서 동물이나 식물이 느끼고 반응하는 사례들이나 그것들과 교감하며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려주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그런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끔 스스로 시도해 보기도 한다.

감나무와 이야기

우리집 감나무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감나무에게 마음으로

 “안녕, 난 서영이야”했다.

많이 기다리니

 “난 감나무야!”하는 소리가

마음으로 들렸다.

나는 그 말만 들어도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하서영/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감나무 앞에 한참 서서 대답을 기다리는 서영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많이 기다리니’하는 표현으로 봐서 꽤 기다린 듯하다. 그 오랜 기다림 끝에 딱 한 마디를 들었다. 아마 서영이 마음에 감나무 소리가 정말 들렸을 것이다.

마음으로

내가 오늘 참새에게 말을 걸었다.

참새야, 내 손에 제발 붙어죠.

그러니까 참새는 우리집 앞 풀에 앉았다.

그것도 두 마리나 붙었다.

참새는 내보다 풀이 더 좋은 건가

그래도 이렇게 오니까

내 마음을 조금 들어준 거 같다.

(문예진/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예진이가 참새에게 참 간절한 마음을 보냈다. 하지만 손에는 앉지 않고 풀에 가 앉는 참새. 나보다 풀이 더 좋은 건가, 조금 서운한 마음이다. 그래도 내 가까이에 앉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들어준 거 같아 고맙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다 보면 지금보다 자연을 덜 망가뜨리게 되지 않을까? 자연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며 살지 않을까? 그 옛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렇게 살았다는데.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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